‘벤처 비리와 관련해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에 주목하라.’
엔론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기업들의 부실 회계 파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코스닥 벤처기업들의 주가 조작 및 뇌물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 투명성’이 높은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 투명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업 투명성이 높은 기업이란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하고 회계 처리가 투명한 기업들을 지칭하지만 현재로선 어떤 기업들이 투명성이 높은 기업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명쾌한 기준이 없어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코스닥증권시장은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주주 중시 경영 기업’을 선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측은 외부기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 중시 경영 우수법인의 공시는 물론 기업 지배구조, IR, 배당내용(배당성향, 시가배당, 중간배당 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오는 6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코스닥증권시장의 기준이 나오기 전에라도 일반인들이 손쉽게 투명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가 총액 상위 대형주에 관심을 가져라=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벤처 비리사건으로 기업 투명도가 높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새롭게 조명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형이 큰 기업들은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의 기업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등 기업 외부의 경영 감시활동이 활발한 데다 기업 내부의 통제 시스템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 중에서도 휴맥스,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지속적인 IR 등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코스닥시장 우수 공시 법인, 한국IR협의회 선정 IR우수 기업 등으로 선정되는 등 기업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나 검찰 조사 등이 있기 전에는 투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 정보 공개가 비교적 잘되어 있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 좋은 기업도 주목=전문가들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을 고루 갖춘 실적 우수기업, 업력이 오래된 기업, 외국인 선호 종목, 외국인 자본 유치 기업, IR에서 밝힌 실적 전망치가 실제와 부합하거나 오히려 상회하는 기업 등도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높은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 업체 선별 기준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는 점과 투자전 실사 과정이 심도있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월별 및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같은 수치가 나중에 회계 감사를 거친 반기 및 온기 실적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IR 등을 통해 밝힌 실적 예상치를 초과하는 기업들로는 휴맥스, 신세계I&C 등이 꼽힌다. 매월 실적을 발표하는 LG홈쇼핑, CJ39쇼핑, 더존디지털 등도 투명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주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또한 얼마나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느냐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적 등 경영 성과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며 공시 현황, 책임 견제 기능, 소액주주 권리 행사 제도 등도 확인해야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들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지만 기업 내용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고 투자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