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업체들 300㎜ 웨이퍼 투자 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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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300㎜(12인치) 웨이퍼 대량 생산시점을 앞당기면서 양산경쟁에 불을 지핀 데는 내년도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대한 투자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최신 시장분석 자료에서 올해 반도체시장이 3% 정도 성장한 뒤 내년과 오는 2004년 각각 전년대비 24%와 2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다시 최대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업체들 역시 재고감소와 주문량 확대에 부응해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압박감도 느끼고 있다. 실제 대만 TSMC와 UMC 등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30%에 머물던 공장 가동률이 최근 80∼90%까지 올라가 올해 웨이퍼 가공량은 전년대비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반도체업체들은 그동안 월 1500∼3000장 수준으로 공정기술 개발에만 매진해왔던 300㎜ 웨이퍼 시험팹을 상업생산이 가능한 1만장(8인치 기준 2만5000장) 수준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전용팹을 가동해 대량생산에 나서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특히 300㎜ 웨이퍼는 동일 회로선폭기술에서도 생산량을 250%로 늘릴 수 있고 생산비용 또한 30% 이상 줄일 수 있어 적기투자를 놓치면 영영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200㎜ 웨이퍼로는 생산능력 확대에 한계가 있고 90나노미터(㎚), 65㎚ 등 차세대 미세회로선폭 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300㎜ 웨이퍼 공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리딩 업체들을 자극하는 것은 시장급락과 사상 최악의 부진으로 퇴출위기에 몰렸던 후발업체들이 최근 시장회복 조짐과 함께 다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대목이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D램값 상승에 힘입어 지지부진한 현상을 보이고 있고 독일 인피니온이 대만업체들과 잇따라 공동 생산제휴를 맺은 데 이어 정부의 추가 지원까지 얻어내며 300㎜ 투자에 나선 것도 경쟁업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인텔의 공세도 AMD가 최근 신제품 ‘애슬론XP’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UMC와 300㎜ 합작법인 AU를 설립키로 한 데 대한 강력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차세대 공정기술에서 앞서기 위해 지난해 75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데 이어 올해도 생산설비 확충에 55억달러, R&D투자에 41억달러를 투입하고 뉴멕시코의 300㎜ 전용공장(fab11x)을 3분기부터 가동한 것은 다분히 AMD를 의식한 것이다.

 대만 TSMC 역시 추가 투자를 확정한 데는 중국 SMIC, 한국 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후발업체들을 차세대 미세회로공정으로부터 따돌린다는 계획이 밑그림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300㎜ 투자열기가 과잉으로 치달을 경우 공급과잉으로 연결돼 재고량이 급증하는 등 지난해와 같은 위기가 또다시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D램 재고가 넘쳐나면서 제조업체들은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물건을 내다팔아야 했던 쓴 경험을 안고 있다.

 300㎜ 반도체장비와 웨이퍼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고 있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독일 인피니온이 삼성전자·하이닉스에 앞서 300㎜ 웨이퍼 양산체제를 갖추고 D램을 선보였으나 가격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에 업체 관계자들은 과잉투자→생산량 증가→재고량 증가의 기존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할 수 있도록 투자시점보다는 대량 생산시점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