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가 21세기 엘도라도로 부상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한 마이크로소프트(MS)·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컴팩컴퓨터·HP·오라클 등 세계적 컴퓨터 업체들은 벌써 웹서비스 영역 선점이라는 희대의 경쟁에 돌입한지 오래다. 특히 웹서비스 플랫폼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가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제국’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이들의 싸움은 누가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협력업체와 개발자들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이에따라 MS·선·IBM 등은 통신·금융 등 파괴력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동맹군 형성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개발자들의 마음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MS 행보=MS의 웹서비스는 ‘닷넷(.NET)’과 운명을 같이한다. 닷넷은 간단히 정의하면 웹서비스를 가능케하는 MS의 플랫폼(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을 일컫는다. 이에는 차세대 인터넷 언어라 불리는 확장성표기언어(XML:eXtensible Markup Language)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XML은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MS는 XML을 바탕으로 각종 웹서비스용 개발 툴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 휴대폰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제휴해 PC·개인휴대단말기(PDA:Personal Digital Assistant)·휴대폰 등 각종 기기들을 닷넷 환경에 맞추도록 유도, 독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XML 기반의 웹서비스를 구현하고 통합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제공, 결국 일반 사용자들이 보다 다양한 단말기로 인터넷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일찌감치 닷넷전략을 내놓으며 1라운드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MS는 최근들어 개인사용자·개발자·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프로그램을 구사하면서 이들과 우위를 다지는 데 두팔 걷고 있다. MS는 올 상반기까지 닷넷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출시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개발자 흡수 전략, 주요 SI협력사 확보, 레퍼런스 사이트 구축 등을 통해 웹서비스 분야의 우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MS가 선보일 웹서비스 제품은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을 비롯해 ‘닷넷 마이서비스’(이전의 헤일스톰) ‘닷넷 엔터프라이즈 서버’ ‘윈도 닷넷’ 등 개발툴은 물론이고 운용체계, 오피스 제품군, 개인용 포털서비스 등 개인사용자에서 개발자, 엔터프라이즈용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중 MS는 지난 2월 웹서비스 시장의 일급 병기로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Visual Studio.Net)이라는 개발툴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는 MS의 1500명 엔지니어가 4년간 개발한 것으로 데스크톱 운용체계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MS가 컴퓨터 시장에 이어 인터넷 비즈니스(웹서비스)시장도 장악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MS 관계자는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에 대해 “우리의 500만 개발자(프로그래머)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비주얼 스튜디오’ 툴을 대체할 개발자(프로그래머)용 툴이다”고 설명하며 “현 MS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주얼 베이식과 비주얼C++ 그리고 자바와 비슷한 C# 등의 컴퓨터 언어로 구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또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은 △코드가 이미 들어있어 개발자들에게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복잡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단순화 해주며 △반 버그를 제거해주는 닷넷프레임워크(.NET Framework)도 들어 있어 관심을 모았다. MS는 최근에는 닷넷 전략을 지원하는 첫 제품 중 하나인 ‘커머스 서버 2002’를 발표하며 웹서비스 세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MS는 이러한 노력과 별도로 닷넷 환경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닷넷 환경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각종 장비 및 단말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에게 기술적 지원도 제공 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공략과 닷넷 환경을 무기로 MS는 결국 데스크톱에 이어 인터넷에 있어서도 맹주 자리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MS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닷넷을 적용하기 위해 여러 정지작업을 하고 있으며 도이치텔레콤·시티그룹·싱가포르 정보개발청(IDA) 등 세계 유수 기업·기관과도 닷넷 협력을 맺으며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선의 행보=MS가 야심차게 닷넷을 밀고나가자 이에 대한 반작용도 거세게 일고 있다. 닷넷 경계론자들은 닷넷시스템이 대다수 기업들에 구축될 경우 MS에 대한 기술 종속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물건 하나를 구입해도 MS의 인증을 받은 후에 살 수 있다면 이는 결국 인터넷의 길목을 지키는 MS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 되는 끔찍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S의 숙적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비롯해 다른 IT업체들은 그동안 PC 운용체계시장을 독점한 MS가 닷넷으로 웹서비스시장의 패권마저 쥐려고 한다며 경계하고 있는데, 이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선이 주도하는 ‘선원(SUN ONE:Open Network Environment)’이다.
‘선원’은 개발툴인 ‘포르테’와 서버 운용체계인 ‘솔라리스’ 그리고 e커머스솔루션인 ‘아이플래닛’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반면 MS의 닷넷은 ‘윈도XP’와 ‘닷넷프레임워크(런타임 개발시스템)’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개발툴 패키지)’으로 구성돼 있다.
‘선원’과 ‘닷넷’의 차이는 운용체계에 있다.즉 MS는 닷넷의 운용체계로 윈도 하나만을 고집하는데 반해 선은 선원의 운용체계로 윈도뿐 아니라 리눅스·유닉스 등도 허용하고 있다. 대신 MS는 자바, 비주얼 베이식, C++, C# 등 다양한 개발언어를 닷넷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 선원은 닷넷과 달리 개방형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종속되지 않고 웹서비스를 통해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선을 중심으로 AOL, 소니 e베이 등 대형 IT업체들이 모여 ‘자유연합’이라는 온라인 인증 창설 기관을 결성한 것도 순전히 MS의 온라인 인증시스템인 ‘패스포트’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콧 맥닐리 선 회장은 국내 IT업계의 친 닷넷 분위기를 우려하며 “한국 기업들이 MS에 묶이느냐, 묶이지 않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선은 지난 3월 14일 ‘선원 플랫폼’(Sun ONE Platform)이라 불리는 새로운 네트워크 신분인증 시스템을 발표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조너선 슈와츠 선 최고전략책임자는 “이 제품은 고객정보를 한곳에 모으지 않으면서 통합 웹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자유연합의 의지를 담고 있는 첫 제품”이라고 지적하며 “웹상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개인정보 소통을 보장함으로써 표준 신분 인증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BM의 행보=웹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IBM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미 SOAP(Simple Object Access Protocol)·UDDI(Universal Description, Discovery and Integration)·WSDL(Web Service Description Language) 등 각종 웹서비스 구현 표준 기술에서 MS와 함께 주도권을 쥐고 있는 IBM은 지난 5월 말 웹서비스 전략 발표와 함께 이어 석달 뒤인 지난 8월에는 웹서비스용 플랫폼인 ‘웹스피어 4.0’도 발표했다. 특히 최근들어 웹서비스 비즈니스 파트너 육성 및 발굴,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 웹서비스 관련 기술자료 발간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IBM은 ‘디벨로퍼웍스’를 통해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있으며 대학 등과도 협력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 IBM은 웹서비스 파트너 지원프로그램인 와우(WoW:Webservice on Websphere) 프로젝트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하고도 있는데 와우는 분산 컴퓨팅 패러다임의 웹서비스 시장을 겨냥, 역량있는 독립 SW 개발업체(ISV)들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IBM은 또 MS, 인텔, BEA시스템스 등과 공동으로 웹서비스 호환성 기구인 ‘WSIO(Web Service Interoperability Organization)’을 최근 창설 하는 등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150여 개바툴 업체가 참여한 ‘이클립스(Eclipse)’ 프로젝트를 결성, 웹서비스 시대를 맞아 다양한 개발툴들을 하나로 연결, 범용 개발 환경 혹은 개방형 통합 개발환경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타업체들 행보=BEA 역시 웹로직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6.0을 선보이며 웹서비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웹로직 시장 기반이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엔터프라이즈 웹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볼랜드도 자사의 개발툴과 WAS를 기반으로 한 웹서비스 전략을 내놨으며 지난 9월부터 전세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웹서비스 교육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HP가 최근 웹서비스 전송 솔루션인 ‘SOAP 서버’ 등을 내놓았으며 오라클 등도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이 웹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개발자 확보와 레퍼런스 사이트 구축이다. 아직 웹서비스의 그림 자체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우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이너 업체들은 대부분 자바와 닷넷으로 격돌하고 있는 선과 MS 진영 중 어느 한쪽을 공공연히 지지하지 못하고 처신에 고민하고도 있다. 아직 어느 쪽이 이길지 판세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한쪽 편에 줄섰다가는 나중에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