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콤 민영화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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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KT지분 국내매각과 한국전력의 파워컴 지분매각이 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상반기중 KT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파워컴 매각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전력, 그리고 이에 따른 통신업계의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분매입 참여여부를 숙고중인 재계 등 모두가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번 양사의 지분매각은 특히 국내 통신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KT

 KT의 민영화 작업은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매각주체인 정통부·기획예산처 등 정부부처의 지분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간간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현대증권·LG증권·삼성증권 등 주간사들도 이번주내 매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KT지분 매입에 참여하려는 재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분참여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SK·LG측의 움직임도 조명을 받고 있다.

 ◇얼마나 파나=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8.37%(8857만4429주)가 대상이다. 현재 MS(3%)를 비롯한 외국기업(인)이 49%(주식전환분 포함) 가량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28.37%의 지분은 전량 국내 업체에 매각된다. 이번 매각과 관련, 현대·LG·삼성증권이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은 자문사로 참여한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주간사로 참여해 14.7%(5097만2225주)의 국내 매각을 추진했지만 목표의 6.5%를 매각하는데 그친 바 있다.

 ◇매각방식=현재 다양한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분할매각(전략적 매각), 주식연계채권 발행, 장외입찰 매각, 국민주 발행 등이 검토대상이다. 대기업을 대상으로한 전략적 매각의 경우 현재 15%(4683만주)를 상한선으로 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전문인 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동일인 지분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주식연계채권 발행의 경우는 CB·BW·EB 등의 채권발행이 모두 고려되고 있으며 CB·EB를 혼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는 10%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주간사의 통합안이 나와야 하고 또 정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남겨놓고 있어 이르면 이달말께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부터는 민영화추진위원회의 추인절차 등을 거치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 6월까지는 매각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주식시장의 여건에 따라 매각작업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걸림돌은 없나=동일인 지분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할 경우 대기업의 불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경영권을 염두에 둔 대기업은 우호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확보를 원천봉쇄할 경우 재계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목표량의 일부 지분만 매각이 성사될 수 있다.

 ◇매각전망=일단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최대 유무선업체인데다 세계적으로도 수익모델을 갖춘 몇 안되는 통신사업자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신시장의 일방독주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업체간 전략적 지분매입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점 공기업보다는 독점 민간기업의 출현을 경계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견제성 매입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또한 강력한 의지를 비추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기금까지 동원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안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분매입한도를 정하는 등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한 영속적인 장치가 나올 경우에는 삼성측의 불참 가능성도 점처지고 있다.

 

 ◆파워콤

 파워콤의 입찰의향서 접수가 17일로 마감된다. 현재 7∼8개 업체의 참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각 업체간 분위기 탐색전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 업체는 내부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분위기를 흘리는가 하면 매각주체인 한국전력측은 파워콤의 지분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많아 고민이라는 등 서로 유리한 여건조성에 힘쏟고 있다.

 ◇얼마나 파나=일단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파워콤 지분 30%인 4500만주가 대상이다. 한전은 현재 파워콤의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지만 1차로 30%의 지분을 매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입기업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51% 지분 매입)을 터주고 외국기업의 경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49%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주간사로는 동원증권과 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매각방식=일단 공개입찰을 통한 전량 지분매각 방식이다. 한마디로 기업을 대상으로한 전략적 매각방식이다. 특히 30%의 지분을 매입한 기업에 추가로 잔여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경영권 행사도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민영화를 전제로 30%의 지분을 매각하면 부가통신(별정) 사업권을 허용하고, 50%의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소매업을 허용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걸림돌은 없나=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인수하는 측에서는 ‘적정가’를 원하고 매각하는 측에서는 ‘제 값’을 받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 당사자인 한전측은 정통부와 사업자측이 역정보를 흘려 고의로 파워콤의 가치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평하고 있고, 사업자측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해 아예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전은 정통부가 매각 자체에만 매달려 사업범위를 부가(별정)통신이나 소매부문을 묶고 있어 제값을 못받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매입참여를 천명한 업체들 또한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데다 KT측의 지분매각과도 시기가 맞물려 있다. 외국계 투자자나 통신업체 등도 아직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전망=현재로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파워콤의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한전측이 매각조건과 관련해 융통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보이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기업의 경우는 자금여력이 없고 외국계 기업의 경우는 투자보다는 매매차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정부가 파워콤 지분매입 기업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을 열어놓은데다 민영화(30%, 50%)시 사업범위를 부가통신은 물론 소매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측의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다른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상과는 달리 외국계 캐피털·투자은행·통신업체 등 의외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재계움직임&정부 표정

 민영화 관련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오는 6월말까지 KT의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추세를 감안하면 목표시한까지 민영화를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 마련을 근간으로 하는 다양한 매각방안을 제시하면 전략적 매각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국민주 형태든 28.37%의 지분을 무난히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워콤과 관련해서도 일단 정부내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KT의 지분매각과 관련해서는 삼성·SK·LG·포스코·현대차 등이 유력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이번 KT지분매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룹내부에서 심도있는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LG는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SK측은 이미 전략적인 지분매입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SK는 특히 장비분야의 삼성과 유무선분야의 KT가 결합할 경우 통신사업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선은 물론 장비까지 모두 외부업체에 의존해야 하는데, 특히 장비의 경우 외국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도 삼성이 KT의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정부가 특정기업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전문경영인체제를 고수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세운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략적 지분매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차의 경우는 현재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지 않지만 전략적인 지분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워콤의 경우는 국내외에서 7, 8개사의 참여가 점처지고 있다. 현재 하나로·두루넷·신한맥쿼리 등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데이콤은 내부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워콤의 지분매각 당사자인 한국전력측에서는 이들 업체 외에도 포스코와 SK·LG·현대차의 참여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실제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의 경우는 오히려 데이콤을 내세우거나 하나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을 동원해 참여할 것으로 점처지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외국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지분매입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이 자금여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전측은 신한맥쿼리를 포함해 4, 5개 외국계 통신기업·캐피털·은행이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지분매입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외국기업들이 입찰의향서를 보내왔다”며 “지난 2월 입찰때보다 많은 업체들이 문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