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최근 월가의 투자전략가들이 큰 고민에 빠져있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연초에는 미국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비관론자들은 90년대 장기호황을 겪은 미국경제가 불과 두 분기 침체를 겪은 이후 다시 확장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국경기의 회복세가 다시 약화되는 소위 더블딥(double-dip)이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소비자와 업계의 높아지는 기대지수, 업계의 재고조정 진척 등 미국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다. 연준이 실질금리가 0%에 근접할 정도로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경기와 기업수익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기미가 없다. 나스닥지수는 1800포인트 아래로 밀린 상황이다.
이는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비싼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스닥100지수 구성기업들의 주가수익률(PER)은 소위 버블기라고 간주되는 99년과 2000년 평균에 근접해 있다. 향후 기업수익이 개선될 것을 고려하더라도 주가수익률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나스닥시장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는 자본재(IT)부문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가들의 기술주에 대한 무관심, IT경기 회복지연 가능성, 실적에 비해 고평가된 주가 등을 고려할 때 무더위가 지나가야 나스닥의 큰 폭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