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치기는 하지만 1분기 IT산업 실적은 국내 IT산업의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준다.
SK증권이 증시에 상장된 주요 IT기업 65개사의 1분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8.8%, 지난 4분기에 비해서는 9.6% 늘었다. 수익성 호전은 더욱 두드러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1.6%, 전분기에 비해서는 414.1% 증가했다. 순이익은 각각 52.9%, 14.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기는 했지만 몇몇 IT대표 업종이 전체 실적상향을 이끄는 추세로 아직 IT경기 전반에 걸쳐 완연한 회복세가 왔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선행업종과 후행업종이라는 특성과 함께 시장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기의 호조는 2분기에도 계속되고 하반기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에상되고 있다.
◇반도체=대표업체인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805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이후 급등했던 D램 현물시장 가격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3월 중순 이후 D램의 국제현물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분기는 대형 컴퓨터업체들의 재고쌓기가 완료된데다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업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2분기의 계절적 비수기는 하반기 호황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올해 전체 업황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는 PC 교체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하반기 이후에는 PC수요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3분기 이후 D램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설 전망이고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분기 영업이익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신장비·단말기=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 면에서는 개선되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가 주원인이다. KT는 지난해 대비 설비투자를 10% 감소할 예정이고 하나로통신도 50% 줄일 계획이다. 이통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지만 업체수가 줄어든 만큼 시장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대했던 IMT2000서비스는 올해 시범서비스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수요회복은 2003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서비스=단기적으로 부정적 요소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기반이 건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접속료 조정으로 사실상 비대칭규제가 마무리된데다 cdma2000 1x 가입자 증가세가 뒷받침돼 탄탄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KT의 민영화도 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의 경우 1분기 매출은 2조24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42.4%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1% 증가한 6328억원이지만 순이익은 8.3% 감소한 3665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해 신규가입자 모집금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양호한 실적이다.
통신서비스 시장은 2.5G 신규가입자라는 호재가 올 한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C=개인용 PC수요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 및 공공수요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국내 PC출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지난해 1분기의 경우 행망용PC의 수요증가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으나 올 1분기 실적추정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국내 PC수요는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기로 접어드는 3분기 이후 수요가 살아나면서 본격적인 회복국면은 내년에 들어서야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1분기 업황이 크게 호전된 데 이어 2분기에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실적면에서 타 업종에 비해 뒤떨어졌으나 인터넷인구의 로열티가 높아지면서 수요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내수 소비 중 인터넷쇼핑몰 인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온라인 광고시장도 지난해 2분기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 유료화도 이들 업체의 실적개선에 한몫 하고 있다. 인터넷업종은 그동안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해 2분기 실적개선의 폭은 예상외로 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하반기 본격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다. 즉, 상반기 수익성 호전은 다소 어렵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경기후행성 업종으로 최근 한국소프트웨어협회가 조사한 기업실사지수(BSI)가 169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74와 비교해 크게 호전된 전망치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질서가 혼란스러워 상반기중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아직 민간부문의 수요가 수면하에 있어 3분기 이후 민간부문 수요가 회복되면서 성장세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17∼20%의 성장이 예견된다.
◇가전·전자부품=전통적 비수기임에도 지난 1분기 호전이 두드러졌다. PCB·LCD·AV, 이통부품, 셋톱박스, DVD를 중심으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3.0% 증가한 1조6345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셋톱박스, 이동전화, DVD, LCD관련 부품업체의 경우 작년 동기대비 60∼100% 이상 고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월드컵과 디지털방송의 본격 실시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부문별로 LCD 및 CRT의 국제가격 역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업황은 매우 밝은 편이다.
◇SI·NI=업체가 난립한데다 수익성 하락이 이 분야의 현안과제다. 기업정리·결합 등 원천적 해결이나 수요 폭증이 없는 한 뚜렷한 해답을 찾기 힘들다. 다행스러운 것은 1분기에 주요 SI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기동행 또는 후행성격이 강한 이들 분야는 2분기 이후에도 소폭이나마 꾸준한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