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12)아장닷컴 5(끝)

 “루퐁님, 녹음실로 들어가세요, 어서요.”

 아장닷컴의 목소리녹음이 한창 진행중인 녹음실에서 악당 역할의 성우를 찾는 PD와 녹음기사의 목소리가 바로 옆 휴게실로 울려퍼지곤 했다. 자신의 연기 차례가 되었는데도 아장닷컴의 악역인 루퐁님은 마치 아장닷컴 이야기 안에서처럼 컴퓨터로 온라인 바둑게임에 몰두해 작은 사고를 치고 있었다. 애교 섞인 웃음으로 녹음실에 들어온 루퐁님은 타이밍 놓친 것을 만회하려는 듯 항상 열연을 했다. 아장닷컴을 공동기획하고 녹음연출을 담당했던 KBS의 최성일 PD도 이런 상황을 인터넷이 만든 녹음실의 색다른 진풍경이라고 웃어넘기며 계속 녹음을 진행하곤 했다. 이와는 반대로 인터넷은 성우들이 아장닷컴에 더 애착을 갖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아장닷컴 공식 사이트(http://A-jang.com)에 들어가 그곳에 올려진 성우 연기와 작품에 대한 반응을 읽고는 뿌듯해 하며 적극적인 연기 의지를 보이는 성우들도 있었다. 특히 정말 아기 같은 귀여운 목소리로 실감나는 연기를 한 성우 정미숙의 호연은 아장에 대한 관심과 아장 캐릭터에 애정을 증폭시켰다. 그 결과 아장에게 쓰는 온라인상의 팬레터가 방송중에 5000통 이상을 넘었다. 정말 현실에 아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쓴 편지에 답장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아장아, 난 형민이야, 5살이고. 이렇게 인터넷으로 편지를 쓰는 것도 처음이야, 그런데 이 글은 우리 아빠가 대신 써주고 있어. 아빠가 집에 오면 난 아빠하고 여기 아장닷컴에 와서 놀 수 있어. 아장아 너도 우리집에 놀러 와!”

 이렇게 형민이는 아장닷컴을 보며 인터넷을 처음 알고 편지도 쓰고 했다. 또 아장닷컴 사이트를 아빠와 함께 무엇인가 같이 하는 즐거운 놀이터로 삼아 그곳에서 게임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다시 보고 했던 것이다. 수많은 어린 꼬마들이 아장을 통해 인터넷을 처음 알고 엄마, 아빠 혹은 형, 누나와 같이 아장을 사랑해 줬다. 사실은 TV시리즈 아장닷컴 이외에 인터넷 사이트인 A-jang.com 자체도 하나의 제작 프로젝트였다. 아장닷컴은 인터넷 사이트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면서 아장닷컴 자체가 하나의 실제 사업을 위한 사이트로 기획됐다. TV애니메이션의 웹 캐스팅과 동시에 아장 캐릭터가 나오는 미니게임, 플래시애니메이션, 이카드, 뮤직비디오가 서비스되고 아장 캐릭터의 이미지 파일들과 캐릭터 상품 사진들이 올려졌다.

 필자는 현재 이 아장닷컴 사이트를 아동용 온라인게임과 학습게임을 서비스하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로 확대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놀이, 교육, 상품구매 등이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사이트 안에서 실행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또 한번의 아장닷컴 TV시리즈의 제작이 필요하다. 아장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수많은 꼬마들의 애정을 에너지로 삼아 필자와 스태프들은 다시 모였고 2탄의 시나리오와 디자인 작업에 착수해 있는 상태다. 그리고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진행할 게임관련 회사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

 “아장, 너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혼자야, 동생도 없고. 너하고 정말 같이 놀고 싶다.”

 아장닷컴 사이트에는 혼자 외로워 하는 아이들이 아장을 친구 삼아 올리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형제가 없거나 많지 않기에 생겨날 수 있는 현상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한테 새로이 그들만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상상과 의지를 필자와 아장닷컴의 스태프들은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 아이들이 서로 즐겁게 아장을 보며, 아장과 함께 놀고, 또 아장과 함께 공부도 하는 그런 사이버 놀이터를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하며 이 연재를 마친다.

 <이병규 미지온엔터테인먼트 PD elazen@mizi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