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과의 공동제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국산 판정기준이 되는 국내자본 참여비율을 20%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문화관광부와 유관기관, 관련업계의 이견차가 심해 결정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최근 문화부는 공동제작 애니메이션의 국산판정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춰달라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결과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하향 조정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에 방송위원회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현 30%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각각의 주장이 논리적 근거를 갖고 있어 실제 의견조율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과 캐나다 양국 정부는 지난 95년 ‘텔레비전 프로그램 공동제작에 관한 양해각서’ 교환을 통해 국산으로 인정하는 자본참여율을 30%로 설정했으며 오는 6월 이를 재개정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캐나다와만 양해각서를 교환한 상태며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원칙에 따라 캐나다와 동일한 30%를 적용하고 있다.
◇하향 조정 주장 배경=국산 기준이 되는 자본참여율을 20%로 낮추는 것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자금 조달과 해외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정부가 애니메이션 산업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기획과 창작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부수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부의 관계자는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이 활기를 띨 경우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욱 용이하며 특히 자금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상 유지 주장 배경=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이 활기를 띠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국내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본참여율 20%는 제작부문의 인건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또 다른 하청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혜국 대우 규정상 캐나다 이외에 일본·미국 등도 함께 낮춰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것은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는 점이다.
◇업계의 반응은=업계는 20%로 하향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하향 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일부 업체들은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열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재의 30%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제 20%로 낮출 경우 국내업체들이 현물투자 형태로 제작에 참가하는 또 다른 형태의 OEM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는 오는 5월 2일 이사회 개최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 문화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향후 전망=당초 문화부는 5월 캐나다 문화부 장관의 방한에 맞춰 20%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화부 내부적으로는 개정안이 결정됐지만 유관기관과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이 5월중 조정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문화부 내부적으로는 초안이 잡혔지만 관련단체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