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본PC`가 떠오른다

 국내 PC시장에 DIY방식의 베어본 제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베어본 제품은 그동안 기진전자·한국크리에이티브기술 등이 대만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해왔으나 최근 주기판 공급체를 중심으로 잇따라 독자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치열한 선점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반제품인 베어본PC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사양을 구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최근 규모가 커지고 있는 세컨드PC시장과 슬림형PC시장을 급속히 잠식해가고 있어 시장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베어본 제품은 그래픽이나 사운드, 랜카드 등 주요 기능을 내장한 통합 주기판과 파워시스템 등 필수부품만 담은 반제품 형태의 PC로 크기가 기존 완제품 데스크톱PC의 70∼80% 비용만 들이고도 HDD·CPU·광저장장치 등을 자신이 원하는 사양대로 선택해 완성할 수 있고 크기도 반 정도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지난해 말부터 대만 아수스사의 주기판에 파워시스템을 결합한 베어본 제품인 ‘블랙스타’ 시리즈를 출시한 에스티컴퓨터(대표 서희문)는 1분기 동안 1500여대를 판매하는 호조를 누렸다. 특히 이 회사는 DVR업체·인터넷교실·PC방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월 판매수량이 4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피컴(대표 황선준)은 올 초 기존 PC사이즈의 3분의 1 정도되는 큐브형 베어본인 ‘미큐 SV25’를 내놓아 월 200대 이상씩 판매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 펜티엄4 베어본인 ‘미큐 SS50’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미큐 SS50’이 VGA·랜뿐 아니라 5.1채널의 사운드카드와 IEEE1394 인터페이스를 지원, 멀티미디어 기능이 뛰어나 슬림PC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슈마일렉트론(대표 윤제성)은 최근 CPU와 그래픽·사운드카드, 주기판, 케이스 등 필수 부품이 통합된 베어본 PC인 ‘트윈스터 M3’를 출시하고 시장경쟁에 가세했다. 비아사의 C3 1기가 PRO(666㎒) 칩세트 등이 내장된 이 제품은 특히 공구 없이 손으로 사용자가 부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케이스를 채택하고 있어 초보자도 간편하게 필요한 부품을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입판매에 의존해온 기진전자(대표 박종권)도 최근 케이스전문업체인 리안리코리아·마이크로로직 등과 제휴를 맺고 자사의 아수스 주기판과 파워시스템에 제휴사의 케이스를 결합한 베어본 시스템인 ‘앨란바이트’를 출시했다.

 지피컴의 황선준 사장은 “일본의 경우, 슬림PC가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시장 사이에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체 PC 가운데 점유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주기판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피해 주기판을 활용한 베어본 제품 판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기판에 내장되는 그래픽 칩세트나 사운드 칩세트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그동안 베어본의 약점이었던 확장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어 고성능 시스템이 필요치 않은 가정의 세컨드PC나 기업의 오피스용으로 베어본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