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평가 비중을 제발 낮춰 주세요.”
그동안 기술 평가 중심의 사업자 선정을 강조해온 SI업계가 지난 12일에 사전 공고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입찰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술 평가 비중을 낮추고 가격 비중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가 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서버·시스템소프트웨어·통신장비 등 물적기반 조성 및 환경구축이 주요 골자로서, 올해 발주된 정보화프로젝트 가운데 최대규모(총 583억원)다. SI업계는 이에따라 서버·스토리지·통신장비 등 하드웨어 구축이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중심의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사업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조달청이 사전 공고한 제안안내서에는 이런 예상을 깨고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술 대 가격 평가 비율이 90대 10으로 발표됐다. 그간 발주된 대다수 프로젝트들의 평가비율이 50대 50이고 소프트웨어개발사업도 70대 3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90대 10은 파격적 비율인 셈이다. 이에대해 업계는 하드웨어 도입이 대부분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 90대 10이라는 극단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가 기술 비중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진짜 속내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사업자 선정기준 가운데 90% 이상을 기술 평가로 처리할 경우 이미 1·2차사업을 수행한 특정 업체가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업계의 불만에 대해 조달청의 입장이 의외로 담담하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사업 수행기관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공시했을 뿐 조달청 결정 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전산원 등과의 협의를 거친 최종 사업제안서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해 평가 비율의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기술 평가 비중을 높여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의혹을 불러으킨 사업 수행기관도 1차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직 협의가 진행중인 내용을 가지고 집단 행동까지 준비하는 SI업체들의 성급한 ‘속내 드러내기’도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SI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그간 공공 프로젝트 입찰에서 경쟁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듦으로써 공정 경쟁 분위기를 스스로 해쳐온 업계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