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에 전격 참여키로 한 것은 통신그룹으로서의 LG 위상강화와 통신3강구도 실현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책으로 분석된다.
LG그룹은 통신계열사로 LG텔레콤과 데이콤을 두고 있지만 통신업계 양대 세력인 KT와 SK텔레콤에 비해 인적·물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2강 쏠림현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즉 유선사업자 KT와 무선사업자 SKT의 시장지배력이 날로 커지면서 이들 두 사업자가 유무선사업을 통합한 종합통신회사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LG는 내부의 역량조차 한곳으로 모으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돼 통신3강구도에서 영영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LG측으로서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통신시장 3강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유선계열사인 데이콤을 내세워 KT에 이어 국내 2위의 유선사업자인 파워콤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콤은 광케이블 7만350㎞, 동축케이블 4만841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864억원, 259억원이었고 올해는 매출 5000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목표로 하는 실속있는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파워콤은 LG텔레콤에 유선망을 임대해주고 연간 821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LG텔레콤은 파워콤의 최대고객사로 파워콤 전체 매출의 21%를 올려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LG는 데이콤이 파워콤을 인수할 경우 유선망의 약세를 보완함과 동시에 유선망 임대 등에서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또한 LG는 유선분야에 데이콤과 파워콤을, 무선분야에서는 LG텔레콤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됨에 따라 유무선통합시대에 KT와 SKT에 이은 통신3강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데이콤이 파워콤 인수에 적극 나서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SKT의 두루넷 전용회선사업 인수추진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즉 통신시장 3강의 한 축을 담당할 LG 주도의 제3통신사업자군에 참여하는 두루넷이 기업전용회선을 SKT에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LG는 유선망 대안을 잃게 된 상황이 벌어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파워콤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데이콤은 오는 6월 11일 실시되는 파워콤의 전략적 지분매각 입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업체군으로 부상했다. 이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각각 단독으로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컨소시엄 구성이 불확실한 상태인 데다 인수자금여력에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콤은 캐나다의 최대 연기금 CDP, 소프트뱅크아시아인프라스트럭처(SAIF) 등 해외투자업체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하는 등 자금여력에서도 가장 앞선다는 분석이다.
데이콤 남영우 부사장은 “최종적으로 파워콤의 경영권 확보가 목표”라고 말해 이번 전략적 지분 30%외에 추후 추가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하나로와의 협상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하나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추후 협상에 따라 하나로를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