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빌트인 가전이 뜬다

 빌트인(Built-In), 일명 ‘붙박이 가전시장’이 뜬다.

 빌트인 가전이란 붙박이장이 아파트 수납공간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처럼 가전제품도 주거공간의 일부로 설치되는 형태를 말한다.

 주거공간과 가전제품이 함께 고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전업체들은 건설사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하고 건설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고급 가전제품을 미리 설치해 제공함으로써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

 이같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전업체와 건설사의 협력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가 약 5400억원에 이르며, 내년에는 6300억원, 2005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측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분양예정인 가구수를 총 55만가구로 볼 때 빌트인 가전을 공급할 수 있는 가구수는 약 3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오피스텔 분양이 많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는 게 가전업체들의 전략이다. 여기에 리모델링 수요도 커 이 시장에 대한 가전업체의 기대가 상당하다.

 삼성전자 권혁국 상무는 “소비자의 요구가 점차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고급스런 가전제품이 미리 설치되는 붙박이형 제품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가전업체들의 빌트인 시장 공략은 앞으로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서구식 생활습관이 우리나라에도 점차 확산되고, 고급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 때문이다. 빌트인 가전으로 가장 각광받는 제품은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액자형 에어컨 등이다. 최근 들어서는 PDP TV까지 벽걸이형 붙박이로 설치되는 추세다.

 원래 빌트인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담근 것은 주방가구 업체들이다. 에넥스와 한샘인테리어 등이 싱크대를 비롯한 주방가구를 붙박이로 공급하기 시작하다 한패상사 등 중소업체가 주방업체와 협력해 가전제품을 함께 제공했다.

 최근 들어서는 삼성이나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각자 계열사인 삼성물산 건설 및 주택부문, 삼성중공업, LG건설 등과의 제휴를 통해 이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빌트인 제품의 견본을 소비자들이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빌트인 전시장을 마련, 운영중이다. 이 전시장을 통해 단순히 가전제품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홈네트워킹 등 장기적인 전략과 연계해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530㎡(160평) 규모의 삼성전자 빌트인 전시장을 오픈하고 붙박이 가전제품과 홈네트워크 기술 등을 일반인은 물론이고 건설사, 인테리어 업체, 주방가구 업체 등을 대상으로 적극 소개하고 있다.

 ‘삼성 빌트인 전시장’은 100㎡(30평), 148㎡(45평), 198㎡(60평) 등 3개 전용 공간을 마련해 고객의 취향이나 주거공간에 따라 직접 시연, 설계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회사는 이 전시장에 수납장 형태의 냉장고, 드럼세탁기, 후드 내장 전자레인지, 다맛 김치냉장고, 가스오븐레인지, 쿡탑, 식기세척기 등 붙박이 가전제품을 대거 설치, 선보였으며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홈시어터 체험관도 별도로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 수지 삼성아파트에 적용해 최초로 선보인 홈네트워크 기술을 시연, 네트워크 가전제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미래 주거공간을 제시하는 장으로도 적극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초동 가든스위트 등에 설치한 시스템에어컨 ‘삼성DVM(Digital Variable Multi)’ 전용 공간도 마련, 건설사, 주택시공업체 등에 자사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한용외 사장은 “삼성 빌트인 전시장은 고객의 편리성, 사용성을 감안해 최적의 빌트인 가전제품을 제안하기 위해 꾸며졌다”며 “인테리어 업체, 가구업체 등과의 연계를 통해 주거공간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독자 제품을 이용한 건설사 영업 외에 해외 고급 브랜드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벨라지오’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공동으로 영업 및 마케팅을 벌인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최고급 주방가구업체 ‘톤첼리(TONCELLI)’와 제휴, 최고급 빌트인 가전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양문여닫이냉장고,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드럼세탁기 등으로 구성된 빌트인 가전제품 세트 ‘벨라지오 시스템 라인’을 선보인 LG전자는 주 구매층인 고소득 주부에게 인기있는 최고급 주방가구 업체 톤첼리와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LG전자와 톤첼리는 지난해 공동 마케팅의 시작으로 응모자를 추첨해 맞춤형 주방에 필요한 4000만원 상당의 벨라지오와 주방가구 세트를 증정하는 ‘주방 리모델링 이벤트’를 공동 개최했고 양사가 관리하고 있는 타깃 고소득층에 공동 제품안내서를 발송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주방을 고객의 가정구조나 취향에 맞게 차별화시키는 ‘주방 리모델링’에 대한 선호가 커질 것으로 판단, 리모델링 필수품목인 빌트인 가전과 주방가구를 함께 선보이며 시장선점에 나선 전략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또한 벨라지오와 톤첼리의 주방가구를 결합해 빌트인 제품의 주 수요처인 건설시장을 공동 공략하는 한편 영업정보 공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LG는 벨라지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전용 홈페이지 ‘e-벨라지오(http://www.e-bellagio.com)’를 개설했다. 이와 함께 톤첼리와의 마케팅 제휴를 발판으로 2003년에는 빌트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며 최고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 가전업체인 서브제로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서브제로코리아(대표 정동영)도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논현동에 전시장을 개설하고 빌트인 냉장고 확대에 적극 나섰다. 또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국내 총판인 코리아밀레도 그동안 빌트인 냉장고·세탁기·세척기 등의 공급에 주력해 온 데 이어 내년에 와인냉장고를 새로 선보이고 이 시장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