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 흰색가전.’
전통적으로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청소기 등 5개 제품을 통틀어 ‘백색가전’이라고 불러왔다. 이들 제품의 색상이 흰색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백색 일변도던 가전제품이 형형색색의 컬러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백색가전이라는 말이 더이상 걸맞지 않게 됐다. 색상뿐 아니라 디자인도 전통적인 형태에서 파격을 거듭한다. 벽에 거는 TV와 액자형 에어컨이 신제품으로 출시됐고, 양문형 냉장고가 이미 신규판매되는 제품 중 절반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백색가전의 변모가 눈부시다. 디자인과 함께 제공되는 기능도 예전의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각 가전업체는 독특한 기능을 채택해 아무리 작은 소비자 요구라도 사전에 알아내 반영한, 틈새시장을 겨냥한 기능성 제품들을 이미 출시했거나 연내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슬림형 벽걸이 에어컨·삶는세탁기 등을 연초부터 선보였으며 지난해 내놓은 의류건조기·드럼세탁기·빌트인 전자레인지(OTR)·차량용 전자레인지·콤보DVD플레이어·학습용DVD플레이어 등에 이어 올해에는 화장품냉장고·와인냉장고 등을 곧 출시하게 된다.
냉장고의 경우 피부 특성별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화장품냉장고와 반도체용 소재인 펠티어를 이용해 콤프레서를 없앰으로써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여 조그만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와인의 맛을 유지해주는 와인냉장고 등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에어컨은 초절전·친환경·초슬림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67%까지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 DESS(Digital Energy Saving System) 초절전 에어컨, 산소와 피톤치드향을 발생시키는 삼림욕 에어컨에 이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초슬림 에어컨까지 선보였다.
세탁기 분야에서는 건조 기능을 포함한 7.5㎏의 드럼세탁기와 삶는 기능을 특화시킨 삶는세탁기가 등장했다. 특히 삶는세탁기 ‘파워드럼 100℃’는 아기 옷이나 속옷 등을 삶아 빠는 주부들의 세탁 습관에 맞춰 고효율 히터로 세탁물을 삶아줌으로써 피부염 등을 유발시키는 황색포도상구균·폐렴증후균·녹농균·대장균 등 세탁 후에도 옷감에 그대로 남아 있는 세균·곰팡이 등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전자레인지는 붙박이 형태의 서구형 전자레인지 OTR와 밥공기전자레인지 등 일반 전자레인지의 틈새 형태인 기능성제품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빌트인 전자레인지는 수출에 주력하던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은 주방의 가스레인지 상단에 설치해 냄새와 연기를 제거해주는 후드와 조리 시 조명으로 사용하는 램프 기능을 전자레인지에 추가함으로써 좁은 부엌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주부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액자형과 이를 변형해 고급스런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 ‘액자형 와이드’ 및 ‘미러형’ 등 독특한 디자인의 에어컨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기존 액자형제품이 19.8㎡(6평)형, 26.4㎡(8평)형 2개로 선택의 폭이 한정돼 있던 데 반해 액자형 와이드 에어컨과 미러형 에어컨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고급 아파트 거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26.4㎡(8평)형, 33㎡(10평)형, 43㎡(13평)형까지 용량을 확대했다.
기능과 디자인뿐 아니라 색상 변화도 파격적이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는 마감재로 고급 스테인리스를 연상시키는 티타늄 색상을 적용했다. 특히 ‘스페이스 디오스’는 블루·골드·문실버 등 3가지 기본 색상 외에 모두 10가지 색상의 강화유리 패널과 손잡이를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으며 나중에 패널만 따로 구입해 냉장고 외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삼성전자도 양문형 냉장고 전면에 목재 질감을 살린 소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색상을 추가해 판매를 시작했다.
대우전자는 전자레인지에 유럽풍 ‘이녹스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는 스테인리스 재질과 디지털 화이트 개념의 실버 컬러를 적용해 붙박이형 가전제품의 분위기를 낸 것이 특징이다. 대우전자의 순환배기청소기도 고광택 하이그로시 코팅으로 표면을 처리하고 블루·핑크·골드 등 9가지 색상으로 디자인해 소비자들이 인테리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가전, 조심스런 움직임
가전제품과 인터넷의 접목은 이제 더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다. 각 가정의 가전제품과 AV기기·PC·전등·조명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단말에서 통합관리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홈네트워킹’ 시대가 곧 도래할 전망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미 본격적인 홈네트워킹 시대에 대비해 인터넷 접속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 즉 인터넷 냉장고와 인터넷 세탁기 등을 내놨다. 아직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양산체제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2∼3년 정도면 충분히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2000년 6월 ‘인터넷 디오스 냉장고’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990만원대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490만원대 보급형 인터넷 냉장고를 선보이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을 통해 단지 식품을 냉장보관하는 냉장고의 한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인터넷 단말기·TV·비디오폰·커뮤니티 게시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한편 홈서버로 삼아 집안의 각종 기기를 통합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인터넷 전자레인지 ‘인로세프’는 내장형 모뎀과 액정화면을 장착해 인터넷으로 조리정보를 다운로드해 자동으로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이며, ‘인터넷 터보드럼’ 세탁기는 4.2인치 액정화면과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탁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도 홈네트워킹이 가능한 인터넷 냉장고 ‘ⓝ지펠’을 내놨다. ⓝ지펠은 모든 제어를 위해 간편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15인치 액정화면을 부착했으며 이 화면을 통해 인터넷은 물론 e메일과 일반·영상전화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액정화면을 통해 TV 시청도 가능하며 냉장고 뒤편에 별도의 AV 연결단자가 있어 주방에서 일을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TV 시청은 물론 DVD와 VCR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인터넷 냉장고를 비롯해 인터넷 전자레인지·인터넷 에어컨 등을 전력선으로 연결하는 홈네트워킹시스템을 구현, 경기도 용인 수지의 삼성아파트에 적용했다. 생활가전제품을 전력선 네트워크로 연결, 무선웹패드로 가정은 물론 아파트단지 어느 곳에서나 각각의 제품을 제어하고 상태를 조회할 수 있어 전력선통신을 이용한 홈네트워크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사용자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휴대폰 등을 이용한 가정 안팎 어디에서나 가전제품의 제어 및 상태조회가 가능하고 각 제품의 운전상태·스케줄 관리·사용설명서·고장진단 등의 기능을 실현하는 세대가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