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서 4월은 ‘흥분의 달’이다. 시대의 기린아가 항상 이 달에 혜성처럼 출현해 떠들썩한 바람을 몰고 온다. ‘영국산 네 명의 더벅머리 청년’ 비틀스가 지난 64년 빌보드 차트 1위부터 5위까지 독식하며 미국 정복을 이룩한 때가 바로 4월이었다. x세대의 의식을 대변한 얼터너티브 록그룹 니르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도 94년 4월에 권총 자살해 대대적인 사후 열풍을 일으켰다.
한반도 남쪽 전역이 서태지의 광풍 사정권에 들어가 10대들이 ‘난 알아요’를 합창하던 때 역시 92년 4월이었다. ‘아니 벌써 10년?’이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세월이 후딱 흘러갔다. 전설이 대물림돼 10년 전 4월이 어땠는지 아는 서태지 팬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10주년 행사’를 기획했고 그 날짜를 오는 27일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가요계의 4월에는 광풍, 열풍은커녕 바람도 없다. 신화가 있고 핑클·SES·코요태 등의 노래가 호응을 얻고 있지만 결코 흥분의 수준은 아니다. ‘4월 음악계의 흥분법칙’에 대한 배반이라고 할 만큼 평범하다.
그나마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는 가수는 다름아닌 서태지다. 10주년 행사도 그렇거니와 그가 ‘좋은 후배 가수’라고 추천한 ‘휘성’이란 이름의 신인가수가 현재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휘성은 ‘서태지의 강추(강력 추천)’란 이유 하나로 음악이 채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갑작스레 유명해졌다. 그의 홈페이지는 벌써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서태지가 휘성을 추천했다는 점에는 조금 의아하다. 두 사람의 전공과목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음악 만들기’라면 휘성은 ‘노래 부르기’가 전문이다. 그런데도 서태지가 지원에 나선 것은 휘성의 노래솜씨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때로 능란하기까지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칭찬에 가세한 신승훈이 “노래를 잘한다기보다 정말 잘 부를 줄 안다”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지금 가요의 대세는 R&B 발라드다. 그것도 도회풍의 이른바 어번(urban) R&B가 득세하고 있다. 휘성은 바로 이 어번 R&B를 구사하는데 미국 흑인 가수를 막연히 흉내내는 단계를 뛰어넘어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데뷔작에 수록된 곡 ‘전할 수 없는 이야기’나 ‘제발’은 그가 음색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의도하는 대로 목을 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것만으로도 유망신인의 출현이다.
타이틀곡 ‘안되나요’의 경우 곡은 안정감이 있지만 휘성의 노래가 부분적으로 목에 걸린 듯 곡에 달라붙지 못하고 있다. 그게 개성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매끄럽지 못한 것은 흠이다. 휘성 관계자는 “이 곡을 부를 때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최악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곡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반갑다. 휘성과 같은 신인이 분발해 하루 빨리 컨디션 최악인 가요계를 구조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4월 흥분법칙의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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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