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장애인의 날>IT기술로 극복하는 장애의 벽

 지하철 계단과 거리의 높은 보도블록은 아직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는 넘기 힘든 벽이다. 또 컴퓨터를 이용해 흔한 e메일 하나 보내는 것 또한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손을 쓰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인은 말로 컴퓨터를 사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목소리로 e메일을 작성해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로 장애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정보를 교환하고 향유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함께 정보접근의 어려움이라는 이중적인 불이익에 놓여 있던 장애인들은 이제 IT에 힘입어 장애의 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정보통신 사회에서 컴퓨터의 역할 증가는 적어도 신체적·감각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정보를 소통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 주고 있다.

 최근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중증 장애인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접속만을 통해 식사해결 및 영화티켓 예매하기 등 과제를 해결하는 인터넷 서바이벌 대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서울 답십리에 거주하는 한 시각장애인은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SW를 통해 사업을 하면서 정보를 구할 때마다 문자로 돼 있는 어려움을 음성기술로 해결했다. 현재 이 사람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음성으로 인터넷으로 얹은 신문기사나 각종 정보를 듣는다.

 장애인용 콘텐츠와 솔루션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상용화를 보이고 있는 부분

은 음성정보기술 분야다.

 음성전문업체인 SL2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으로 ‘매직콘’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용 가능한데 인터넷이나 문서상의 정보를 합성음으로 들려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보이스 웹 브라우저’는 전신마비 등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유용한 매개체로 ‘음성’을 통해 구동이 가능, 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을 접하게 해 준다.

 보이스텍이 내놓은 SW ‘바이보이스’는 음성으로 문서작성과 편집이 가능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현재 장애인들에게 기증돼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보이스웨어는 음성합성기술을 접목해 성경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제품 ‘좋은소리 성경’을 개발·보급해 장애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음성정보기술은 최근 컴퓨터는 물론 가전 등에도 속속 접목되면서 특히 장애인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이끌고 있다.

 의료기기 벤처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돼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앞둔 제품도 등장했다. 힘스코리아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키보드 등이 그러한 제품이다.

 힘스코리아의 ‘한소네’는 점자촉각과 음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내용을 PC에 입력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 입에 무는 마우스인 ‘마우스스틱’ 호흡을 통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Gyro마우스’등도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중증 장애인들의 수족이 되어주는 인공신체 분야도 IT를 접목해 좀더 인체와 가깝게 만들어진 제품들로 등장하고 있다.

 재활공학연구센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 속도를 조절해주는 인공지능 다리는 걸을 때 정상다리와 인공의족 간의 속도 차를 근육의 반응을 통해 감지, 조절해 주는 의지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의료포털 사이트 메드TV21은 최근 장애인 재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재활 클리닉을 오픈해 장애인 재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콘텐츠와 함께 장애인간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제품뿐 아니라 장애인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직업에 있어서도 IT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음성전문업체인 보이스웨어는 올해 장애인 수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음성기술 제품의 장단점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또 씨오텍은 올 초 중증 장애인 고용비율이 높은 오픈에스이와 업무제휴를 맺고 현재 대법원 DB 구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IT만으로 장애인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그 정보는 경제적 가치가 없다.

 특히 장애인이 경제력을 갖지 못하면 기업은 장애인용 IT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다.

 지하철계단과 거리의 보도블록이 높은 현실에서 장애인들이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은들 그게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용 제품 대부분이 값이 비싸 국내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도 허다해 관련업계와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사진; 확장성표기언어(XML) 전문업체인 씨오텍과 장애인 고용을 회사 비전으로 삼고 있는 오픈에스이의 장애인 직원들이 서울 서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대법원 DB 구축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