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 월드컵 향해뛴다]월드컵 안방서 본다

얼마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태국에서 낸 신문광고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광고 내용은 자사 디지털TV 품질이 워낙 좋아서 굳이 한국에 직접 찾아가 월드컵 경기를 볼 필요가 없이 자사 TV를 사라는 것. 이를 본 소비자 및 네티즌들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광고는 철수됐다.

 디지털TV가 아무리 화질좋고 생생한 음향을 지원한다 한들 실제 경기장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만큼이 되기나 할까. 그만큼 월드컵 특수가 디지털TV 업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삼성·LG·대우·아남전자 등이 내세우는 디지털TV 예찬론의 핵심은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TV의 가장 큰 장점은 고화질과 생생한 사운드. 선수들의 움직임을 대형화면을 통해 선명하게 시청하고, 감격의 눈물까지도 볼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을 컨셉트로 한 광고도 이미 전파를 타고 있다. 현재로서는 지원되지 않지만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클릭하면 선수의 이력, 장·단점, 전적 등을 그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고 나아가 선수가 신고 있는 축구화까지 바로 구입하는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디지털TV 업체들의 마케팅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부터 세계적인 축구황제 브라질의 펠레 선수를 자사 디지털TV ‘파브’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이번 광고에서 펠레는 선수가 아닌 축구팀 감독으로 나온다. 숨가쁜 경기를 지켜보는 축구감독 펠레가 다음 장면에서는 삼성 벽걸이TV 앞에서 즐거운 웃음을 짓는다.

 삼성은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축구황제를 내세운 이번 CF를 통해 ‘월드컵’이나 ‘축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삼성은 한국축구 16강을 기원한다는 주제로 파브 음악회를 개최,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디지털TV 구입자를 대상으로 디지털방송 지상파 수신기 할인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자사 PDP TV의 제품 브랜드 라벨을 금으로 부착한 PDP TV‘골드 엑스캔버스(Xcanvas)’를 시장에 내놨다. 60인치 PDP TV의 경우 5돈3푼의, 42인치 PDP TV에는 3돈4푼의 18K 금을 사용해 라벨을 부착·판매하고 있다. 특히 골드 라벨의 ‘금값’(60인치 22만원·42인치 15만원 상당)을 제품의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LG전자는 또 월드컵 붐을 조성하고 소비자들의 디지털TV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5월말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점을 시작으로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광역시 이상 주요도시 13개 백화점에서 디지털TV 로드쇼를 갖고 PDP TV, LCD TV, 브라운관 방식 디지털TV 등을 집중 소개한다. 이 로드쇼를 통해 HD급 화질의 축구경기 장면을 방영해 운동장의 함성과 경기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줌으로써 향후 HD급 화질로 실제 방영되는 월드컵 축구에 대한 기대감과 디지털TV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서울 강남에 ‘드림넷’이라는 디지털 가전 전문매장 및 강남역 4거리에 ‘Xcanvas’ 매장을 운영해 소비자들이 디지털 가전제품을 실제 사용해 보며 제품의 특장점을 알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TV는 품질면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월등하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 시장확대를 위해 가전업체들이 올초 가격인하를 한차례 단행, 디지털TV 대중화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말에는 프로젝션TV에 대해 특별소비세 인하조치로 한차례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월1일 디지털TV 가격을 인하했다.

 삼성전자는 47·55·65인치 프로젝션TV는 5만∼200만원, 브라운관 방식의 HD급 32·36인치 디지털TV를 20만∼40만원 가량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도 53·56·64인치 프로젝션TV와 브라운관 방식의 32인치 디지털TV의 가격을 10만원에서 430만원까지 내린 상태다. 대우전자는 226만원에 달했던 29인치 디지털TV(셋톱박스 내장)를 142만원에 판매하는 것을 비롯해 32인치 디지털TV는 199만원에 소비자에게 내놓았다.

 이같은 조치에 힘입어 프로젝션TV는 특소세 인하전 국내 시장에서 월 6000여대 판매되던 것이 지난 1월에는 1만여대 정도 판매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1만2000대 가량 팔려나갔다.

 디지털TV 업체들은 디지털 가전제품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를 반영, 일명 벽걸이 TV로 불리는 PDP TV를 지난해 본격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PDP보다 화질이 더욱 선명한 LCD TV 신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삼성전자는 최근 15·17·22·24·29·40인치 LCD TV를 본격 양산하고 지난해 발표한 42·50·63인치 PDP TV와 함께 15인치부터 63인치까지 최첨단 디지털TV 라인업을 갖추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LG전자도 최근 국내에서는 최초로 30인치 LCD TV를 선보였으며 일본 업체인 샤프전자도 30인치 LCD TV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이 내놓은 제품은 기존 브라운관 방식 TV와는 달리 벽에 걸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플랫(flat)형 제품으로 뛰어난 화질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가격대가 700만원에서 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고급화 추세에 맞춰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