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컴팩과의 합병을 그렇게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계 IT업체들의 현금 박스라 불리는 서비스 사업 강화를 위해서다. IT기업들의 최대 수익원이기도 한 IT 서비스는 특히 PC, 서버는 물론 애플리케이션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도 촉진할 수 있는 전방위 파급 효과가 큰 분야다. 이 때문에 HP·컴팩은 물론 IBM·델컴퓨터·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모든 컴퓨터업체들은 사운을 걸고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IBM의 경우 어느 컴퓨터업체보다 일찍이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혁혁한 성과를 기록, 최대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또 작년에 컴팩을 제치고 세계 최대 PC업체로 부상한 델컴퓨터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PC 대신 서비스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 관련업체 인수 등을 적극 고려하는 등 컴퓨터업체들은 그야말로 ‘서비스 대전’중이다. HP와 컴팩도 합병하기 이전부터 서비스 사업에 사운을 걸어왔는데 합병전 양사는 각각 세계 서비스 시장에서 5위(HP)와 7위(컴팩)를 유지했다. 하지만 양사가 하나가 됨으로써 새 HP는 IBM과 EDS에 이어 일약 세계 3위로 부상하게 된다.
서비스 시장 최강자인 IBM은 회사 총 매출 중 40%를 서비스 분야에서 올리며 부동의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인력이 전세계에 15만명이나 된다. IBM에 비해 아직 마이너인 새 HP의 서비스 사업에 대해 이를 총괄할 리버 모어 부사장은 “전세계에 6만5000명의 인력이 활동한다”며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 그리고 가장 급성장하는 지역인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합병 시너지 효과로 IBM을 급속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특히 그동안 컴팩이 강세를 보여온 제조·통신·금융기관·정부조달 부문에서 경쟁력이 올라 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전 HP가 서비스 시장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는 재작년에 무산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 무산 사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HP는 일부 애널리스트와 주주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고 극렬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서비스 업체로 단숨에 부상하기 위해 피오리나를 필두로 PwC 인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PwC가 무리한 인수 가격을 요구해 결국 인수 협상이 깨졌지만 이후에도 피오리나는 두고두고 PwC 인수 실패를 아쉬워했다. 이후 HP는 작년 5월 PwC와 더불어 5대 컨설팅업체 중 하나인 액센추어와 3년간의 서비스 분야 제휴 계약을 맺으며 PwC에 맺힌 한을 풀기도 했다. 컴팩도 지난해 4월 서비스 사업 보강을 위해 인터넷컨설팅업체 프록시콤을 2억26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하는 등 그동안 양사 모두 서비스 사업에 두팔 걷어왔다.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세계 IT서비스시장 규모는 5540억달러인데 오는 2005년경에는 8600억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새 HP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가격 등에서 막강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IBM과의 선두 다툼이 볼만 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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