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구 현대전자)에서 분리된 이미지퀘스트와 현대멀티캡이 ‘현대’란 상호를 두고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상표권을 싸고 감정싸움을 벌였지만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나 이미지퀘스트가 올해 1월 현대멀티캡을 상대로 상표권침해 법적 소송을 제기, 이제는 서로의 감정대립이 치유불가능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달에 결정된 법원의 판결은 이미지퀘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미지퀘스트가 하이닉스에서 분리해 출범할 당시 일정한 대가를 치르고 사용권리와 법률상의 지위 등을 양수받았다며 현대멀티캡이 현대란 상호를 쓰면 안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멀티캡은 올해까지만 현대멀티캡의 상호를 사용해야 하며 수출시 ‘현대’라는 상표를 사용하면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두 회사가 법정소송까지 가게 된 동기는 두 회사간의 불신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미지퀘스트는 현대멀티캡이 지난해부터 자사의 모니터를 구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모니터 사업까지 진출하려 한 데 대해 배신감을 표시했다. 현대멀티캡은 이미지퀘스트가 PC사업을 전개하는 데 대해 법이나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이미지퀘스트의 한 관계자는 “현대멀티캡은 회사 분리당시부터 현대란 상호를 사용할 수 없는데도 같은 집안출신이라는 점을 고려,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묵인해왔다”며 “그러나 지난 2000년부터 현대멀티캡이 해외지역에 일부 PC와 모니터를 판매하면서 현대라는 상호를 사용, 현지 협력업체가 누가 진짜 현대냐고 질의해 더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멀티캡은 “3년 동안 해외에 판매해온 PC와 모니터 판매금액은 30만달러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해 소송까지 벌인 데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멀티캡의 한 관계자는 “현대멀티캡은 모기업이 사실상 PC사업을 정리하면서 정리해고 형태로 출발한 회사”라며 “정리해고를 통해 사업을 정리했으면서도 하이닉스 지분이 90%에 달하는 이미지퀘스트가 PC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반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상표권분쟁이 서로 타사업에 진출하려는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며 “두 회사 모두 이미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꼴”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