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14)해외 각국 극복 사례

 ◆각국 현황

 첨단 정보기술(IT)이 생활 구석구석 파고들면서 파생된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 동일하다. 특히 짧은 기간에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돼 어느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해킹·온라인사기·악성스팸과 같은 IT관련 범죄 때문에 드러나는 사회적인 손실이 큰 문제다. 최근 미국의 FBI 샌프랜시스코 컴퓨터범죄수사대가 컴퓨터보안연구소(CSI)와 공동으로 기업·정부기관·금융기관·의료기관·대학 등 50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가 지난해 해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피해액도 4억55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피해 규모를 계량화할 수 있었던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피해는 2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지난 98년 1월 이후 소비자들이 FTC에 접수한 스팸 표본의 건수는 무려 1000만건에 달했다. 특히 허위 회신주소 또는 제목정보를 포함한 스팸을 금하는 법까지 제정해 놓은 워싱턴주까지 스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IT범죄의 유형도 단순한 해킹을 넘어서 점차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 시카고 법원은 FTC의 요청에 따라 ‘.usa’라는 있지도 않은 가짜 도메인을 팔아온 인터넷사이트를 폐쇄시킨 바 있다. 이에 앞서 미 사법당국은 인터넷을 이용해 3000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00만달러를 모아 경마에 탕진한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고교생인 바티로모(17)를 제소했다.

 지역과 지역간 또는 계층과 계층간의 정보격차에 따른 문제도 앞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7월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의 결의로 구성된 ‘닷포스(Digital Opportunity Task force)’의 보고서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컴퓨터는 물론 전화를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며 대부분의 후진국은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인프라나 시장 자유화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000년 6월 유엔은 선후진국간 정보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라별 격차와 이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혜택의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외설물의 온라인 유통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각국이 풀어야 할 심각한 고민거리다. 미국의 경우 올초 미 연방수사국(FBI)이 아동 포르노를 유통시킨 86명을 구속·기소하고 야후 사이트에 개설된 3개의 토론 그룹을 폐쇄한 바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국 네티즌 10명 가운데 6명이 성인사이트에 들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도 소비자연합회가 지난해 11월 7000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이 원치 않는 인터넷 음란물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IT범죄 이렇게 대응한다

 세계 최대의 정보화 국가인 미국은 IT범죄에 대한 대응도 가장 발빠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7월 해킹, 저작권 위반, 기업 비밀 탈취, 사기 등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범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사이버범죄 전담특별팀 ‘CHIP(Computer Hacking and Intellectual Property)’를 출범시켰다.

 또 이달에는 FTC가 알래스카·브리티시컬럼비아·아이다호·몬태나·오리건·워싱턴·와이오밍 등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주 당국과 공조해 63건의 스팸과 인터넷 사기에 대한 일제 수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의회의 경우는 지난 2월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 이용자들이 원치 않는 대량 발송메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재상정하는 등 스팸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9 ·11 테러를 당했던 미국은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비에도 분주하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가 벌어진 바로 다음달인 지난해 10월 해킹 등 사이버 테러리즘을 막기 위해 ‘사이버 안보국(Cyber Security Office)’을 신설해 강도 높은 대 사이버 테러전 수행을 위해 10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마련했다. 또 지난달 미 국방부는 대 테러 보안 강화책의 일환으로 향후 90일 안에 외국인 컴퓨터 엔지니어들에 대한 기밀취급 제한 대상을 ‘민감하지만 기밀로까지는 분류되지 않는 범위’로 확대키로 했다.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스팸이다. 중의원은 스팸메일의 발신을 규제하는 법률인 ‘특정 e메일 송신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최근 가결,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에게 최고 50만엔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이 법안 통과로 일본에서는 수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휴대폰 등으로 스팸메일을 일방적으로 보내는 행위가 규제됐다. 법안은 광고(스팸)메일의 발신자 이름과 주소, 메일주소 표기도 의무화했다. 그리고 e메일 주소를 무차별 추출, 가공의 발신자 주소로 대량 발송하는 행위와 수신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계속 메일을 보내는 행위도 처벌토록 하고 있다. 또 대량의 스팸메일이 일시에 발신돼 네트워크에 이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발신을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제1종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부여했다.

 국제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유럽 국가간 인권기구인 유럽회의(The Council of Europe) 주관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사이버범죄 조약회의에서 유럽회의에 가입한 43개국 중 26개국과 미국·캐나다·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을 합쳐 총 30개국이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컴퓨터 바이러스, 인터넷 음란물, 온라인 저작권 침해, 인터넷 사기 등 각종 사이버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조약이다.

 

 ◆정보격차 이렇게 넘는다

 UN은 전세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UN개발계획(UNDP)과 마클재단은 지난 2월 선후진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2개년 프로젝트인 ‘GDOI(Global Digital Opportunity Initiative)’를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12개의 개발도상국에 컨설턴트팀을 파견키로 하고 첫번째 파견국가로 볼리비아·모잠비크·탄자니아 등을 선정했다. GDOI 프로젝트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휴렛패커드·시스코시스템스·AOL타임워너 등 IT기업들이 인력과 장비를 공급하며 이들은 초기 1000만달러의 기금 지원도 공약했다.

 이에 앞서 UN은 지난해 11월 제3세계 국가의 인터넷기반 시설확충과 콘텐츠 개발을 위해 정보통신기술위원회(ICT: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task force)를 설립했다.

 미국은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백악관 웹페이지에 음성 및 캡션 기능을 부가하는 등 장애인의 정보기술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이는 연방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IT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토록 해 장애인의 연방정부 취업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정부의 막강한 구매력으로 민간분야의 장애인용 기술개발을 자극하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총무성은 오는 2010년까지 통신위성을 이용해 광섬유 수준의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총무성은 채산성 등의 이유로 광통신망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도서지방 등의 오지는 물론 인근의 개발도상국 등이 이를 이용해 정보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 사업인 와이드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영국 정부는 켄징턴의 2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까지 중고 PC, 프린터, PC용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고 인터넷을 연결하는데 50만파운드를 투입했다. 빈곤의 상징인 켄징턴을 영국 최초의 정보마을로 만든 것이다. 영국은 현재 2차로 런던 등 6개 권역의 빈민 거주지역 총 1만2000가구를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1000만파운드를 투입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까지 4000개 우체국에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우선 인구 1만명 이상의 도시를 시작으로 인터넷 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며 향후 설치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멕시코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위성기지국 구축사업과 PC보급사업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는 ‘2인 1PC 시대’를 연다는 목표로 현재 3.8%에 불과한 가정용 PC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분기마다 5만대의 PC를 구매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음란물 범람 이렇게 막는다

 온라인 음란·폭력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공동전선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을 비롯한 11개국은 공동으로 인터넷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시작된 단속에 이은 것으로 이번 단속을 계기로 각국 정부는 아동 포르노 근절을 위한 공조체제를 마련해 아동 포르노 제작·교환 혐의자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기로 했다.

 단속에 참여한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스위스·핀란드·오스트리아·스웨덴·캐나다·일본 등이다.

 지난해 AOL·야후·MSN 등 미국의 3대 온라인업체들은 인터넷콘텐츠등급협회(ICRA)와 협력해 영화등급제와 유사한 ‘자발적 콘텐츠 시스템(ICRA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사이트를 무조건 차단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웹사이트의 HTML 코드에 내장된 ‘디스크립티브 태그’가 성인물의 수준을 검색해 콘텐츠의 등급을 표시해준다. ICRA의 북미지역 책임자 메리 루 케니는 “이 시스템은 유럽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보급됐다”면서 “미주에서는 느리게 파급되고 있지만 미국 웹트래픽의 절반을 쥐고 있는 AOL·야후·MSN의 참여로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달 미국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메리 랜드리우는 TV 인기스타인 앵기 하몬, 프라이버시 운동가 수전 윌슨 등과 함께 몰래카메라 촬영을 금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이 법안은 음란하거나 선정적인 목적으로 누군가를 동의없이 촬영하는 것을 금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대상이 18세 미만일 경우 10년)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법안은 포르노, 인종차별적이거나 소수에게 해가 될 만한 콘텐츠 등을 담은 사이트는 ‘.com’ 대신 ‘.prn’과 같은 특정 도메인을 사용토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백화점 탈의실과 같은 사적인 장소와 거리나 공공장소 등의 보안카메라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정부나 개인적인 감청시스템도 규제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의 상담역인 데이비드 소벨은 “이제 우리의 모든 삶이 감청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같은 기술의 사용을 통제할 절차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주도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의 웹사이트인 겟섬리얼닷컴 (getsomereal.com)이라는 가짜 포르노 사이트는 포르노물을 찾아 인터넷을 헤매는 이들에게 건전한 사진과 성적 착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며 반 포르노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음란·폭력물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제재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침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개인·정부·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