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주주들이 컴팩과의 합병을 승인함으로써 세계 정보기술(IT) 시장판도를 바꾸어 놓을 연매출 874억달러의 새로운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1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HP의 컴팩 합병에 관한 투표를 주관하고 있는 IVS어소시에이츠는 “지난 3월 19일 실시된 HP 주주들의 컴팩과의 합병 안건에 관한 투표를 집계한 결과 찬성 51.4%(8억3790만표)로 반대보다 2.8%포인트 더 많았다”고 발표했다.
IVS는 이날 이같은 결과를 양측에 통보했다. 찬성과 반대 측의 표 차이는4500만에 달한다. 이로써 HP와 컴팩 양사는 합병을 위한 최대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향후 양사의 조직 및 사업부문 등 합병작업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IVS 집계 결과와 관련, “주주들의 과반수가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매우 기쁘다”며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를 잘 헤쳐나가 새 HP가 세계 IT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컴팩과의 합병에 거세게 반대, 무효화 소송까지 낸 HP 창업자 후손이자 이사인 월터 휴렛 진영은 “표 차이가 예상대로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재검표 요청 의사를 나타냈다. 만일 휴렛의 요청에 따라 재검표 작업에 들어가면 HP와 휴렛 양측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검표 작업이 시작되고 이 경우 7∼10일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절차 후 IVS어소시에이츠는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HP대변인 레베카 로보이는 이날 “다음달초까지 컴팩과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현재 양사의 제품과 인력을 통합하는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 휴렛의 재검요구 및 법정 소송과는 관계없이 합병작업을 계속 추진할 의사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합병사가 공식 출범하면 한국은 물론 세계 IT시장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실제 합병사는 세계 IT시장의 현금박스인 서비스 분야에서 IBM과 EDS에 이어 일약 세계 3위로 부상하게 되고 또 PC·스토리지 분야에서는 델컴퓨터와 EMC를 각각 물리치고 세계 정상에 군림하게 된다. 또 서버 분야에서도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합병사는 앞으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고 여기에 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델컴퓨터 등 경쟁사들도 맞불 작전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돼 세계 IT시장은 파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HP와 컴팩의 한국법인이 합칠 경우 매출 규모가 한국IBM의 두배가 넘는 1조9000억원(지난해)에 달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