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반쪽 시장으로는 결코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문을 연 장외전자거래시장(ECN)에 대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의 뼈아픈 지적이다.
ECN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과 다양한 정보를 주식시장에 발빠르게 반영하고 금융시장을 보다 선진화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12월 27일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거래가 본격적으로 개시되고 3개월이 지난 4월 현재 하루 평균 거래액은 55억원 수준이고 거래량은 103만5000주다.
이같은 수치는 거래소의 4월 평균 거래대금 4조182억9300만원, 거래량 6억6700만주와 비교할 때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거래소 거래금액과 거래량의 0.1%, 0.15%에 불과하다. 거래소보다 규모가 작은 코스닥증권시장의 최근 4월 하루 평균 거래규모인 2조3738억원, 4억6000만주와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작은 수치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ECN은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시장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한국ECN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거래규모가 작은 것은 무엇보다도 종가 중심의 고정가격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종가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시장을 대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와 홍보 행사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고정가격 거래라는 것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에 제한돼 있는 것도 거래 규모가 확대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대규모 투자자인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야간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ECN의 한계 때문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조봉래 현대투자신탁증권 연구원은 “만약 ECN에 소폭 가격제한폭만 존재해도 증권사들이 나서서 전담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시장형성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ECN의 당초 도입 취지는 본시장과 연속성을 확대하기 위해 개장했지만 취약한 구조 때문에 본시장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설립에 참여했던 28개 증권사조차 현재는 거래를 꺼리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ECN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제한폭 제도의 도입, 거래종목 확대, 거래시간 연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ECN증권측은 “가격제한폭을 도입하기 위해선 국회 차원의 법률적인 검토작업이 필요한 만큼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투자종목을 확대하고 거래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거래항목과 거래시간을 늘리는 게 ECN시장의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