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장이 된 40세의 김모씨. 20대 못지않은 젊은 감각과 뛰어난 컴퓨터 실력은 그의 자랑거리다. 구세대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매일 컴퓨터 서적을 뒤적이고 인터넷 서핑에 매달리며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던 그는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동전화의 조그만 자판을 손이 안보일 정도로 두드리며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즐기는 10대 여학생을 지켜보며 세대차이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음성통화가 아닌 용도로도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 그리고 컴퓨터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과연 이동전화까지 정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네티즌이 지고 모티즌이 뜨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과 네티즌이 결합돼 만들어진 모티즌은 이동전화를 통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 단어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이동전화를 통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유선 인터넷 못지않을 정도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모티즌을 대표하는 10∼20대들에게 이동전화가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문자 메시지와 게임은 물론이고 이동전화서비스업체에서 보내주는 모바일 쿠폰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무선 인터넷을 통해 계좌조회 등 은행업무까지 본다. 이들에게 이동전화는 그야말로 만능이다.
3월 말 현재 국내 무선 인터넷 총 가입자수는 2575만명. 3000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 중 80% 정도가 무선 인터넷 잠재 이용자인 셈이다. 최근 3개월 동안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7세 이상 전 인구의 10.6%인 457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 수치는 단순 문자 메시지 송수신을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이 생활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무선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 것은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확인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 이용 경험을 나타내는 무선 인터넷 이용률은 국내의 경우 34.7%로 48.5%에 달하는 일본보다는 떨어지지만 20.9%의 중국 등에 비해서는 월등히 앞섰다.
무선 인터넷 이용자뿐만 아니라 활용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벨소리나 캐릭터를 내려받아 이동전화를 꾸미는 용도로만 사용되던 무선 인터넷이 이제는 은행업무나 주식, 정보검색, 쇼핑, 예약 등으로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무선 인터넷 이용자 중 벨소리나 캐릭터를 내려받는 경우가 여전히 50%를 넘는다. 하지만 e메일 확인(27.7%)이나 정보검색(30.4%)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동전화 무선 인터넷을 통해 계좌조회 등 은행업무를 보는 비율도 2.3%나 됐고 쇼핑이나 표 예매를 위해 이용한 비율도 7.2%에 달한다. 무선 인터넷을 유선 인터넷과 유사한 용도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이 흔히 지적하는 비싼 이용요금이나 느린 접속속도,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부족, 작은 입력자판, 불편한 단말기 형태 등의 여러가지 단점이 개선된다면 무선 인터넷 이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