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외국계 네트워크업체 여성 PR인 3인방

 네트워크장비업체 한국쓰리콤의 마케팅부에 근무하는 김소정씨(26), 홍보대행사 KPR에서 일하는 김미영 대리(27), 역시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에 다니고 있는 류은혜씨(24).

 언뜻 보면 무관한 3명의 젊은 여성은 사실 ‘질긴’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다. 인연의 시작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자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지난 2000년. 그해 1월 김소정씨가 홍보대행사인 브라이먼커뮤니케이션스에 입사한 데 이어 두달 뒤 김미영 대리와 류은혜씨도 같은 회사에 입사하면서 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제약회사인 화이자 PR를 담당했고 김 대리는 쓰리콤의 아태지역본부와 관련된 PR업무를, 류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임인 데브피아의 PR업무를 맡았다.

 모두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직장 새내기로 서로의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며 PR에이전트로서의 경험을 쌓아나가던 이들의 인연은 그해 8월 김 대리가 KPR로 옮기고 나머지 두사람도 그해 말 지금의 직장인 쓰리콤과 에델만으로 옮기면서 끊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 대리가 지난해 8월부터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어바이어코리아의 PR을 맡게 되고 류씨가 PR을 담당하던 아기어시스템즈코리아가 무선LAN 사업을 강화하게 되면서 이들의 인연은 이어졌다.

 물론 새로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과거와는 좀 다르다. 과거에는 서로 도와가며 발전해나가는 동반자의 관계였지만 이제는 각자 PR을 맡고 있는 회사가 모두 네트워크사업을 하다보니 경쟁관계가 돼버렸다.

 실제로 김 대리와 류씨는 각자가 맡고 있는 회사의 PR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신경전은 지난해까지 OEM 중심의 무선LAN 사업을 펼쳐오던 아기어가 올해부터 독자적으로 무선LAN 사업을 강화하면서 비롯됐다. 어바이어의 초기 무선LAN 제품이 아기어로부터 OEM 방식으로 공급받았던 것이기에 아기어가 독자사업을 강화하자 두 회사간에 ‘원조’논쟁이 벌어졌다.

 “올 초 두 회사의 무선LAN 제품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는 한 3개월간 서로 만나지 못했어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오해할까봐 걱정이 됐어요”라고 김 대리와 류씨는 그 때의 곤혹스러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우정은 여전하다. 이들은 요즘도 서로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PR과 관련된 노하우와 정보를 교환한다. 특히 과거 브라이먼 출신 동료들의 모임인 ‘PR여전사’를 통해 한달에 한번씩은 만나 수다를 떨곤 한다.

 이들 세 사람은 질긴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지만 모두 개성이 뚜렷해 ‘3인 3색’이다. 경희대 불문과를 졸업한 쓰리콤의 김씨는 어머니와 함께 뮤지컬·콘서트를 보러다닐 정도로 문화적 감수성이 뛰어나면서 틈만 나면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여의도공원을 질주하는 활동적인 면도 가진 여성이다. 두 달 뒤 웨딩드레스를 입을 김씨는 요즘 요리학원에 등록, 신부수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PR의 김 대리는 외국어대 불어불문학과와 국제대학원 유럽연합과를 졸업, 누구보다 외국 문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김 대리는 외국계 기업과의 업무에서도 많은 득을 본다.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에델만의 류씨는 인터넷에 미술작품의 감상평을 담은 ‘그림보기(http://column.daum.net/lizandarts)’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PR·마케팅 일을 해보고 싶다는 류씨는 지금은 PR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관련서적을 찾아 읽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서, PR업계 동료로서 우정을 간직하고 싶다는 이들이지만 각자가 맡고 있는 회사의 PR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바로 경쟁자로 돌아선다.

 요즘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무선LAN 사업에 대해 어바이어 PR를 맡고 있는 김 대리가 “어바이어는 국내 무선LAN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초등학교에도 공급한 사례가 있다”고 말하자 바로 김씨와 류씨의 ‘태클’이 들어온다.

 “점유율 1위?(갸우뚱)…그리고 우리는 중학교에도 공급했어”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