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 시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제품군이 바로 AV 기기다.
디지털 AV 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 MP3플레이어였고, 이제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와 같이 눈으로 보는 영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디지털TV는 디지털방송을 생생하게 재현, 시청할 수 있도록 개발된 TV다. 디지털 방송이란 프로그램의 제작, 전송, 수신 등 전과정이 디지털로 처리, 신호의 손상없이 고선명 화질을 제공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방송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갔으며 올 11월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며, 2003년에는 광역시, 2005년에는 전국 시·군·구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디지털TV는 1080라인의 고화질로 5배 더 선명한 화질 구현은 물론이고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5.1채널)를 채택, 현장의 원음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
디지털방송 시대의 본격 개막과 올해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국내 TV공급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앞다퉈 디지털TV 공급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및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100만대 디지털TV 보급을 주창하는 등 정책적인 분위기까지 맞물려 이 시장은 앞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컬러TV 시장규모는 약 216만대며, 이 가운데 디지털TV는 약 23만대, 올해는 70만대 가량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디지털TV 판매 크게 늘었다. 프로젝션TV는 올초 월 1만대 가량 판매되던 것이 3월에는 1만2000대까지 늘었으며 PDP TV도 지난해에는 월 500∼600대 가량 팔리다 최근에는 한달에 1000대 가량 판매되는 추세다.
디지털TV는 셋톱박스 일체형 HD급 TV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PDP TV와 최근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한 LCD TV 등 첨단 제품이 시장을 두드리는 양상이다. 현재 PDP TV는 40인치대, 700만∼800만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63인치, LG전자가 60인치 등 대형 제품도 내놨다. 앞으로는 32, 37인치 등 30인치대 제품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으로 풀라인업을 갖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브라운관, 프로젝션TV의 경우는 셋톱박스를 내장한 일체형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47, 55인치가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델이며, 지난해 1대3의 비율로 분리형 비율이 높았으나 올해는 1대1 비율로 일체형 비중과 HD급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라운관의 경우도 일체형 제품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DVD플레이어도 디지털TV와 함께 대표적인 디지털기기로 최근 급속히 떠올랐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VCR가 판매대수면에서 월등하지만 격차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까지만 해도 시장규모가 VCR가 104만대, DVDP가 5만5000대로 100만대 가까이 차이나던 것이 2001년에는 각각 89만대와 17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VCR 78만대, DVDP 35만대 가량으로 VCR 시장은 점점 줄고, DVDP 판매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DVDP 시장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VCR와 DVDP를 결합한 복합 DVD플레이어의 선전이다. 삼성이 처음 ‘콤보’라는 이름으로 VCR, DVD 복합기기를 내놓은 데 이어 LG전자가 지난해말 ‘콤비’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대우전자도 이 시장에 합류,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은 두 개 제품을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100만대 수출을 달성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이며, LG 콤비도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결국 복합형 DVDP의 선전으로 일반 DVDP와 복합형 제품의 시장 규모가 매출액면에서 올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일반 DVDP시장 규모가 매출액면에서 300억원, 복합제품이 25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일반 제품이 500억원에 복합 제품이 600억원으로 역전이 예상된다. 판매대수로는 일반 제품이 지난해 10만대, 복합제품이 7만대였고, 올해는 일반 제품이 20만대, 복합 제품은 15만대 정도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캠코더 분야에서도 디지털 제품이 아날로그를 앞질렀다. 세계 캠코더시장 규모는 2000년 750만대에서 2001년 692만대선으로 소폭 줄었고, 디지털 제품은 2000년 485만대 규모에서 2001년 592만대로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디지털 캠코더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아날로그 제품이 20만대, 디지털 제품이 7만대 수준이던 것이 2001년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이 공히 15만대 규모를 형성했으며 올해는 디지털캠코더 시장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캠코더는 소니를 비롯한 파나소닉, 도시바, 캐논, JVC, 샤프 등 일본 업체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제품을 생산, 판매중이다. 삼성은 이 제품을 LG전자에 OEM 공급도 하고 있다.
외산 업체들이 할인점, 통신판매 등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전자상가 등에 전문매장을 확대하고, 별도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보급형 제품 중심으로 외산 업체에 대한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과 아날로그 제품의 생산비중이 1대9 수준이나 ‘보급형’ 디지털 제품의 지속적인 출시로 JVC, 캐논 같은 디지털 비중이 높은 생산구조로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월드컵 특수 겨냥한 디지털TV
월드컵을 한달여 앞두고 디지털TV 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 LG, 대우, 아남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말부터 신제품 출시, 가격인하에 이어 새로운 광고제작, 해외에서의 월드컵 붐 조성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제품판매 확대에 나섰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업체들의 마케팅 및 판촉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부터 세계적인 축구황제 브라질의 펠레 선수를 자사 디지털TV ‘파브’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삼성은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이번 CF를 통해 ‘월드컵’이나 ‘축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4월 한달동안 한국 축구의 월드컵 16강을 기원하며 자사 PDP TV의 제품 브랜드 라벨을 금으로 부착한 PDP TV ‘골드 엑스캔버스’를 내놨다. 이 회사는 60인치 PDP TV의 경우 5돈 3푼의, 42인치 PDP TV에는 3돈 4푼의 18K 금을 사용해 라벨을 부착, 판매하고 있다. 특히 골드 라벨의 ‘금값(60인치 22만원 상당, 42인치 15만원 상당)’을 제품의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LG전자는 또 월드컵 붐을 조성하고 소비자들의 디지털TV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5월말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점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광역시 이상 주요도시 13개 백화점에서 디지털TV 로드쇼를 갖고 PDP, LCD TV, 브라운관 방식 디지털TV 등을 집중 소개한다. 이 로드쇼를 통해 HD급 화질의 축구경기 장면을 방영해 운동장의 함성과 경기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줌으로써 향후 HD급 화질로 실제 방영되는 월드컵 축구에 대한 기대감과 디지털TV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서울 강남에 ‘드림넷’이라는 디지털가전 전문매장 및 강남역 4거리에 ‘Xcanvas’ 매장을 운영해 소비자들이 디지털가전 제품을 실제 사용해 보며 제품의 특장점을 알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고화질, 고선명이 최대 특징인 디지털TV는 품질면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월등하지만 비싼 가격이 아킬레스건이다. 이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올초 가격인하를 단행, 디지털TV 대중화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말에는 프로젝션TV에 대해 특별소비세 인하조치로 한차례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 LG, 대우전자는 지난 2월 1일 디지털TV 가격을 인하했다.
여기에 힘입어 프로젝션TV는 특소세 인하전 국내 시장에서 월 6000여대 팔리다 지난 1월에는 1만여대 정도 판매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1만2000대 가량 판매됐다.
디지털TV 업체들은 디지털 가전제품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를 반영, 일명 벽걸이 TV로 불리는 PDP TV를 지난해 본격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PDP보다 화질이 더욱 선명한 LCD TV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15, 17, 22, 24, 29, 40인치 LCD TV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지난해 발표한 42, 50, 63인치 PDP TV와 함께 15인치부터 63인치까지 최첨단 디지털TV 라인업을 갖췄다. LG전자도 최근 국내에서는 최초로 30인치 LCD TV를 선보였으며 일본 업체인 샤프전자도 30인치 LCD TV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제품은 기존 브라운관 방식 TV와는 달리 벽에 걸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플랫형 제품으로 뛰어난 화질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가격대가 700만원대에서 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고급화 추세에 맞춰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