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e비즈니스 대표 브랜드?’
보수성향이 강한 금융권에서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e비즈니스 행보가 유난히 공격적이다. 은행을 뺀 모든 금융사업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은 해당 업종 내에서도 대부분 수위를 다투는 형국. e비즈니스와 기업규모가 온전히 비례하진 않으나,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움직임은 단연 업종내 경쟁사들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인 게 현실이다. 인터넷 서비스 등 겉으로 드러나는 면모는 타사와 대동소이하지만, 이면에 깔린 비전과 전략은 남다르다. 최근 속도를 더하고 있는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e비즈니스 추진전략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기업을 통째로 바꿔라=삼성화재(대표 이수창)는 e비즈니스에 아예 회사의 장래를 걸고 있다. 내년 말까지를 시한으로 못박고 ‘e비즈추진팀’을 구성해 전사 업무구조의 재설계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화재의 e비즈니스 추진목표는 한마디로 상품구조의 변화. 손해보험사들의 ‘세트형’ 보험상품 구조를 고객 ‘맞춤설계형’으로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이미 푸르덴셜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이같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올 들어 일본 보험업계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e비즈추진팀 이근교 팀장은 “상품구조의 변화는 결국 전사 업무구조의 혁신으로 이어진다”면서 “내년까지는 회사의 사활을 건 미래전략을 내올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은 판매채널이 아니다=최근 생명보험 상품의 온라인판매가 늘고 있다는 고무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대표 이수빈)은 온라인 영업전략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이다. 온라인판매는 수익이 안된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삼성생명은 소액상품 위주인 인터넷 상품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올들어 아예 중단해 버렸다. e비즈전략파트 연장식 과장은 “월 2000∼3000원 정도의 보험료가 주종인 온라인상품은 건수는 많을지 몰라도 전혀 돈이 안된다”면서 “당분간은 온라인판매 비중을 늘리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생명이 바라보는 온라인 사업전략의 목적은 고객과의 상시 접점 구축이다. 고객들의 강력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인터넷상에서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온오프라인 망라한 올라인=삼성카드(대표 이경우)는 ‘e컴퍼니’를 선언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온라인회원을 단 한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 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를 신청한 회원도 철저한 관리대상”이라며 “현재 수작업에 머물고 있는 온라인 회원관리 환경을 즉각적인 응대서비스 체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다수 카드사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차려놓은 쇼핑몰을 수익사업으로 보는 것과 달리 삼성카드는 고객 로열티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조만간 인터넷쇼핑몰의 판매마진을 고객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되돌려주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온라인 신용창조=삼성캐피탈(대표 제진훈)은 제 사장 취임 이후 ‘e크레디트 크리에이터’를 기치로 내걸고, 공격적인 온라인 사업전략을 펼쳐왔다. 삼성캐피탈의 지난해 전체 취급액은 10조여원으로 업계 1위. 이 가운데 1조여원이 인터넷으로 이뤄졌다. B2B·B2C, 서비스부문별로 ‘아하론’ 상품군을 구성하고 발빠르게 온라인사업에 나선 덕분이다. 삼성캐피탈 관계자는 “전사차원에서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면서 “올해 목표는 지난해의 배 가까이 향상된 2조원 규모”라고 말했다.
◇트레이딩보다 커뮤니티=삼성증권(대표 황영기)은 대부분 ‘거래’에 치중한 경쟁사 온라인사업과 달리, 대고객 커뮤니티 강화에 우선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FN 아카데미’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는 것이나 동호회·지점 홈페이지를 직접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업계 처음 개통한 개인자산관리(PFMS) 서비스를 백화점·항공사·e메일 기능 등을 통합한 서비스로 개편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