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ND CPU 가격인하 시소경쟁에 D램업체 `안도의 한숨`

 인텔과 AMD가 CPU 가격을 잇따라 내리면서 PC 제조업체로부터 D램 고정거래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D램업체들이 다소 숨통이 트였다. CPU 가격의 인하로 제조원가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PC업체들이 D램업체에 납품가 인하 압력을 늦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텔은 이달중 ‘모바일 펜티엄4-M’을 비롯, 노트북용 주요 제품에 대해 20∼50%까지 인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D램은 물론 PC업체들도 불황 타개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여기에 인텔이 다음달 초 고가의 그래픽카드 없이도 그래픽 가속기능을 지원하는 ‘i845G’ 칩세트를 공식 선보일 방침이어서 저가PC시장의 모멘텀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인하 배경=인텔과 AMD는 그동안 공정이 안정화되고 수율이 증가할 때마다 매달 순차적으로 CPU 가격을 인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자 신제품이 나오면 의례 한두달 안에 20∼30%가 넘는 하락률로 CPU 가격을 인하, 그야말로 제살깎기 경쟁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펜티엄4’ 첫 제품인 1.5㎓는 2000년 11월 819달러에서 7번의 인하로 133달러에 판매되고 있고 최근 PC업체들의 주력 모델인 1.7㎓는 지난해 5월 첫 출시 당시 352달러를 넘었으나 3번의 가격인하로 현재 공식가격이 163달러로 떨어졌다. AMD 역시 이번에 주력 모델인 ‘애슬론X’ 2000+와 2100+를 각각 17%와 21%씩 가격을 인하했고 지난해에도 인텔에 맞서 줄줄이 가격인하를 단행해 왔다. 

 ◇D램업체 반응=CPU업체들의 가격 하락이 PC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D램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D램업계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또 PC시장이 노트북시장으로 옮겨가는 상황이어서 인텔의 ‘모바일 펜티엄4-M’과 AMD의 ‘모바일 애슬론4’의 추가 가격인하가 단행된다면 신규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D램 공급량의 폭증세에 대비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분석가들도 PC 제조업체들의 인하 압력에도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달러 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것은 공급량이 빡빡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일부 고정거래가가 하락하더라도 10∼20%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여 1분기보다 평균판매가(ASP)는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PC시장 전망=PC 제조업체들은 D램 및 CPU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올해 전체 PC시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공급가를 크게 낮췄지만 전체 정보기술(IT)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최대 수요처인 기업PC의 교체수요가 촉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대형 PC업체들과 IDC 등 시장조사기관은 여전히 올해 PC시장 성장률을 한자릿수로 본다. IDC코리아 김수겸 부장은 “PC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시기는 교체수요 등이 맞물리는 내년께나 가능하고 2000년 수준에 이르려면 최소한 4∼5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PC부품 제조업체들은 PC시장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한편 차세대 정보기기시장 개척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