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저가 범용부품 및 가전이 주류를 이뤄온 전자업계의 대중국 진출이 반도체·LCD 등 하이테크 분야로 다각화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정보기술(IT) 붐 조성을 계기로 대규모 장치업종인 반도체·LCD 등 국내 하이테크업체들의 중국진출이 최근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2억 인구의 거대 대륙 중국이 향후 5년내 세계 최대의 전자 및 IT 수요지역이자 공급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 상하이를 축으로 한 중국첨단산업기지를 전략기지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인근 쑤저우에 D램 및 비메모리 조립·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인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중국이 최대 LCD 수요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쑤저우 반도체공장 서쪽에 위치한 ‘고기술산업개발구’에 공장부지를 확보, 내년 3월을 목표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삼성은 특히 이 공장을 향후 중국 및 동남아 시장공략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핵심 컴포넌트인 백라이트유닛(BLU)과 관련 부품·소재인 도광판(LGP), 냉음극형광등(CCFL)업체 등 관련기업과 동반진출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소자 반도체업체 KEC(대표 곽정소)는 320여억원을 투입, 중국 우시에 5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2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동통신시스템용 SSTM(Small Signal Trangister Module) 공장의 설립을 추진중이다. KEC는 이미 부지선정을 마쳤으며 오는 2004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조성, 향후 10억개의 SSTM을 생산,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전력용 반도체 생산업체 페어차일드코리아(대표 김덕중)는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중국 쑤저우에 2억달러를 투입, 7만4300여㎡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설립중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3단계로 공장을 조성, 현지에서 로직·디스크리트·아날로그 제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광전자(대표 이택렬)도 최근 중국정부로부터 수직형 바이폴러 트랜지스터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고 오는 7월 가동을 목표로 290억원을 투입, 중국 다롄시 부근에 반도체공장을 착공했다. 광전자측은 “5인치 웨이퍼, 월 2만장 규모를 갖추게 될 이 공장에서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집적회로(IC)를 제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하이닉스의 TFT LCD 자회사인 하이디스도 중국진출을 적극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 중이그룹과 함께 연내 난퉁지역에 반도체제조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건비 절감이 최대 목표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하이테크기업들의 움직임은 현지생산-현지공급을 모토로 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이 첨단기술 이전을 위해 자국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데다 경쟁국들이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하이테크기업들의 대중국 진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