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조선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에는 16개 기관에서 67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16개 출품기관 가운데는 대학이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양콤퓨터기술대학·리과대학·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평양건설자재대학·장철구평양상업대학 등 7개로 가장 많았고, 순수 IT연구개발기관은 조선콤퓨터쎈터·평양정보쎈터·류경콤퓨터편집쎈터 등 3개였다. 각 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는 과학원수학연구소(수학역학)·과학원조종기계연구소(각종 기계 로봇·PCB)·중앙과학기술통보사(과학기술정보)·압록강기술개발회사(지문·보안) 등 4개, 기타 기관으로는 인민대학습당(도서관)과 김만유병원(종합병원) 등이 참가했다.
출품작들은 콘텐츠류가 33종으로 가장 많았고 응용소프트웨어 8종, 컴퓨터지원설계 등 산업용 7종, 지문인식 등 보안 분야 7종, 문자 및 수자인식 5종, 업무용 3종, 서체 2종, 통신용 2종 등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분야=북한이 IT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콘텐츠류에서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혁명력사전자지도첩’ 등 정치 선전물도 있지만 ‘룡문대굴’ ‘고구려벽화무덤’ ‘조선의 민속옷’ ‘조선민속유희집’ ‘조선의 민속건축’ ‘묻혀있던 옛글을 찾아’ 등 역사와 문화 관련물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또 ‘조선지도첩프로그람’ ‘조선의 수석’ ‘맑은 아침의 나라’ ‘천하절승 묘향산’ ‘조선의 명산 금강산’ 등 북한의 지형지물과 명승지를 소개하는 내용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묶었다.
◇응용소프트웨어 분야=북한 개발자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보다는 외국의 유명프로그램을 재가공하거나 북한식으로 재편한 것들이 많았다. 이 분야에서는 과학원수학연구소의 ‘음성잡음쏘프트’ ‘화속변환쏘프트’라는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음성…’은 말그대로 음성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해 고품질 음성을 복원해주는 것이고, ‘화속…’은 mp3 등 음악파일 재생 시 음의 재생속도 변화 기능을 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출품작들로는 악보편집 프로그램 ‘은방울’을 비롯해 포토숍과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가공 프로그램, 타자연습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산업용 프로그램=남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컴퓨터지원설계프로그램(CAD) ‘산악’과 축가공용 CAD ‘기계21’을 비롯해 신발형타용 CAD·CAM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 분야에서는 북한이 지금까지 IT를 정보화보다는 산업생산 자동화 측면에 주로 활용해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출품작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과학원조종기계연구소가 출품한 ‘기계21’은 공장관리, 직장관리, CAD·CAM, 각종 세포조종, 시뮬레이터 등 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는 윈도9x·2000용 소프트웨어로 숫자조종(수치제어)공작기계와 로봇·무인운반차 등 제반 장치 등이 구비된 생산라인과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지문·보안프로그램=지문·보안 분야는 외국 관람객들의 압도적인 관심을 모았고 실제로 기술 수준도 높아 보였다. 특히 압록강기술개발회사가 출품한 ‘독립형 지문열쇠’ ‘수자용지문집결체계’등 4종의 지문인식 관련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이 분야에서는 지문 관련 소프트웨어가 주류를 이뤘는데 조선콤퓨터응용프로그람쎈터가 출품한 ‘지문검색체계’는 사건수사용 지문검색과 함께 대규모 신원 확인, 출입 관리, 출퇴근 관리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문자 및 숫자인식 분야=역시 북한이 대외적으로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분야다. 기계번역프로그램 평양정보쎈터의 ‘담징’, 리과대학의 조일기계번역프로그램 ‘고려KJ 버전1.0’, 과학원수학연구소의 ‘수자음성인식쏘프트’ 등이 관심을 모았다. 이 가운데 ‘담징’은 윈도95·98 기반의 조일(조선어-일본어) 번역 프로그램으로 번역률 93%에 번역 속도는 현장에서 텍스트 300 분량의 문서를 3분 만에 번역해 보였다.
◇기타=조선콤퓨터응용프로그람쎈터가 출품한 손글입력기 ‘고려펜’은 펜으로 쓴 필기체 문서를 인식해 워드프로세서에 보내는 프로그램으로서 윈도95·98·2000을 지원하며 현지 관계자는 인식률이 98%라고 자랑했다.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이 출품한 ‘다통화전자수판’은 미국 팜사의 PDA인 팜Ⅲ·팜파일럿을 지원하는 응용프로그램으로서 일반전자계산기(전자수판) 기능과 함께 다국어 통화계산(환율 계산) 기능을 갖고 있다.
이밖에 류경콤퓨터쎈터의 ‘VRM기술에 의한 가라오케체계’는 펜티엄4용 가상현실합성 소프트웨어로서 디지털카메라로 사람을 청색배경판에서 찍어 오픈GL을 이용, 가상현실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개발됐다.
<베이징=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