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삼성은 지난 주말 경기도 용인연수원에서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삼성SDI 김순택 사장,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삼성코닝 송용로 사장 등 전자계열 4개사 사장단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구조본부 주요 임원 26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합숙회의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 전자업체들의 동향을 보고받고 밀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합숙 형태의 회의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당초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합숙 첫날 오후 4시간 가량 회의에 들어가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요지의 ‘준비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5∼10년 뒤 무엇으로 세계 1위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부간 원활한 협동을 통한 첨단기술 및 초우량 인재의 조기 확보, 국민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사명감 인식 등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성과가 좋을 때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극심한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 93년 신경영 때 10년을 내다보고 대비한 것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을 내는 바탕이 됐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 회장은 또 “반도체·휴대폰·TFT LCD 등을 중심으로 삼성 제품의 수출 비중(2001년 257억달러, 국가 수출의 16.3%)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이 어떻게 미래에 대비하느냐가 국가적으로도 영향이 커졌다. 국가 경제의 주축을 이룰 국민기업으로서 역할과 사명감을 깊이 인식해 더욱 분발하라”고 사장단에 당부했다.
이 회장이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것을 주문한 만큼 회의 분위기는 과거 신경영을 선언할 때만큼이나 긴장감있고 진지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삼성에 따르면 소니 디지털TV, 델 컴퓨터, 노키아 휴대폰 등 세계 1위의 14개 기업과 중국 하이얼 등 최근 무섭게 부상하는 4개 기업의 제품·기술전략을 분석하는 것으로 첫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회의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이튿날에도 오전 8시부터 저녁때까지 마라톤회의가 계속됐다.
회의장에는 소니 등 주요 경쟁업체들의 PDP 등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홈시어터시스템 제품을 전시해 이 회장과 사장단이 이들 제품과 삼성 제품의 핵심경쟁력을 비교·점검해보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사장단은 2010년의 비전을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회사’로 정하고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제품의 조기 일류화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온갖 디지털기술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시대를 맞아 그동안 각자 생존에 급급하거나 자기 품목만 키우면서 각개약진을 해온 사업부간 ‘협동’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도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빠른 시장 변화에 앞서기 위해 사업부간 원활한 협동으로 첨단기술력을 시급히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주력제품 육성에 필요한 협력과 중복이 예상되는 사업 정리 문제 등을 놓고 서로 사업영역의 구분없이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갔다.
사장단은 이 같은 논의를 통해 홈·모바일·오피스 네트워크·핵심부품 등 4대 전략사업군별로 1위 제품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구축에 인식을 공유해 앞으로 사업재편이나 중복사업의 교통정리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디지털기술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아주 적절한 시기에 회의가 개최돼 심도있게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해 회의의 성과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