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보조금이 사라진 국내 이동전화 시장에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던 단말기 보조금이 끊기면서 용산·테크노마트 등지의 단말기 판매실적이 지난 3월에 비해 70% 이상 급감하는 등 유통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들의 단말기 보조금이 끊기자 휴대폰 값이 최고 두 배까지 상승하면서 신규가입자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기기변경을 예정하던 수요자들도 갑작스런 가격상승으로 구입시기를 늦추고 있다.
테크노마트 6층 이동통신 전문 매장에 입주한 260여개 판매점들은 지난 3월 평일 평균 2500∼3000여대의 단말기를 판매했으나 4월 들어서는 평일 판매량이 10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호황을 이루던 주말 판매량도 지난달 평균 5000대 이상을 유지했으나 4월에는 3월의 평일 판매량에도 못미치는 1700∼2000여대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일평균 판매량이 전달대비 고작 30% 수준을 맴돌고 있어 판매점의 매출도 격감,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4월 들어 40% 정도의 판매점들이 하루 종일 단 한대의 단말기도 판매하지 못하는 등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가가 밀집, 상당수의 가입자를 유치해온 용산의 매장들도 평균 판매량이 지난달의 20%까지 급감했으며 명동 등지의 대형 쇼핑몰에 입주한 이통 집단상가도 판매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상가의 상우회들은 공동 이벤트 개최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SK텔레콤·KTF·삼성전자 등 이통사업자와 단말기업체도 상가 주변에서 연일 이벤트를 펼치고 있으나 소비자의 차가운 시선을 매장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명동에서 단말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그동안 대리점을 지속적으로 늘려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판매량까지 급감해 유통시장이 마비될 지경에 놓여 있다”며 “보조금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일선 판매점과 대리점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점·소형대리점의 어려움과 달리 5만명 이상의 누적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대리점들은 4월 들어 보조금 폐지로 그동안 대리점에서 부담하던 보조금 부담이 줄었다며 내심 반기는 등 유통시장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업계의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로 그동안 무분별하게 늘어났던 대리점과 판매점이 구조조정되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나 단말기 교체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해 국내 산업에 ‘적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통사들도 보조금 폐지를 계기로 사업자 위주의 유통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