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콤퓨터쎈터와 과학원 등 북한의 IT 관련 16개 기관이 참가한 ‘제1차 조선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가 21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대반점 국제회의실에서 개막돼 국제사회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와 과학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역사·지리·건강·관광·전통 오락분야 멀티미디어콘텐츠·지문식별·기계번역·CAD·의료 소프트웨어 등 67종의 제품이 선을 보였다.
분야별 출품작들은 콘텐츠류가 33종으로 가장 많았고 응용소프트웨어 8종, 컴퓨터지원설계 등 산업용 7종, 지문인식 등 보안분야 7종, 문자 및 숫자인식 5종, 업무용 3종, 서체 2종, 통신용 2종 등으로 나타났다.
◇콘텐츠분야=북한이 IT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콘텐츠류에서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혁명력사전자지도첩’ 등 정치 선전물도 있지만 ‘고구려벽화무덤’ ‘조선의 민속옷’ 등 역사와 문화관련물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또 ‘조선지도첩프로그람’ ‘조선의 수석’ ‘천하절승 묘향산’ 등 북한의 지형지물과 명승지를 소개하는 내용도 관람객의 발길을 묶었다. 게임 분야에서는 바둑·장기·지능유희 관련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뤘다. 남한에서는 3D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반해 북측이 전시한 게임은 2D보드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콤퓨터쎈터의 ‘KCC바둑’과 ‘류경바둑’ 등은 기존 바둑 프로그램 ‘은별’과 ‘묘향산’에 비해 큰 차이는 없었다고 남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게놈 해석 프로그램’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남측 참관객은 “이를 볼 때 북측이 생물공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자·음성인식 분야=인쇄체 문자 인식부문에서는 조·중·영·러·일 등 다국어 문자에 대한 인식 소프트웨어가 전시됐다. 평양정보쎈터는 문자 인식 프로그램에 대해 인식률이 9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필기체 인식 분야에서는 개인의 자필 서명을 인증하는 시스템의 경우 서명 인식 시간이 10초 내외이고 TFR(True Failure Rate)가 0.1%, 타인의 서명을 자필 서명으로 잘못 인식할 확률은 0.03%라고 선전했다. 조선콤퓨터쎈터 응용프로그람쎈터는 온라인 필기체 인식 프로그램을전시했다. 음성으로 하는 숫자 프로그램을 내놓은 과학원수학연구소 관계자는 “음성인식 분야를 민족사업 분야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응용소프트웨어 분야=북한개발자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보다는 외국의 유명프로그램을 재가공하거나 북한식으로 재편한 것들이 많았다. 이 분야에서는 과학원수학연구소의 ‘음성잡음제거쏘프트’ ‘화속변환쏘프트’라는 프로그램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는데 ‘음성잡음제거쏘프트’는 말그대로 음성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하여 고품질 음성을 복원해주는 것이고 ‘화속변환쏘프트’는 MP3 등 음악파일 재생시 음의 재생속도변화기능을 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출품작들로는 악보편집프로그램 ‘은방울’을 비롯 포토숍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가공프로그램, 타자연습프로그램 등.
◇생체인증 분야=외국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실제로 기술 수준도 높아 보였다. 특히 압록강기술개발회사가 출품한 ‘지문체계관리체계와 기판’는 키오스크 형태로 제작된 지문관리시스템으로 각 지문의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는 서버와 지문을 채취하고 테스트하는 여러 클라이언트로 구성됐다. 중국 쓰촨성·톈진시 등의 공안기관에 100∼150대 가량을 수출했다고 밝힌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북에서는 20년 전부터 지문인식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5년 전부터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상용화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현재 홍채 인증에 대해서는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에 음성과 얼굴 인증은 연구중이다”고 말했다.
◇언어처리 분야=자동번역 프로그램 중에서는 평양정보쎈터와 리과대학이 개발한 ‘담징’과 ‘조일 자동번역’ 소프트웨어가 눈길을 끌었다. 윈도기반의 ‘담징’은 조일번역프로그램으로 번역률 93%. 번역속도는 현장에서 텍스트 300 분량의 문서를 3분만 에 번역해 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관계자는 “두 기관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번역의 정확도와 속도면에서 남한의 최고 제품과 기술수준이 비슷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과대학 관계자는 “현재 관심이 되고 있는 ‘조중’ ‘조영’ 번역 소프트웨어는 개발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서편집기의 경우 조선어 철자 검사 소프트웨어와 조일 번역기를 내장했다. 또한 자판 부문에서는 남한에서 주로 사용되는 한글 2벌식 자판과 동일한 자판체계를 갖춘 ‘창덕’ 자판이 제공되므로 자판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북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타=조선콤퓨터쎈터 응용프로그람쎈터가 출품한 손글입력기 ‘고려펜’은 펜으로 쓴 필기체 문서를 인식해 워드프로세서에 보내는 프로그램으로 윈도95·98·2000을 지원하며 현지 관계자는 인식률이 98%라고 자랑했다.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이 출품한 ‘다통화전자수판’은 미국 팜사의 PDA인 팜Ⅲ·팜파일럿을 지원하는 응용프로그램으로 일반전자계산기(전자수판) 기능과 함께 다국어 통화계산(환율 계산) 기능을 갖고 있다. 이밖에 류경콤퓨터편집쎈터의 ‘VRM기술에 의한 가라오케체계’는 펜티엄4용 가상현실합성 소프트웨어로 디지털 카메라로 사람을 청색배경판에서 찍어 오픈GL을 이용, 가상현실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행사에서 기대를 모았던 조선글 윈도나 리눅스 등 운용체계(OS) 분야에서는 단 한종의 제품도 선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행사를 참관한 북한 과학원의 김호 수학연구소장은 “이번 행사에 전시된 프로그램들은 올초 열린 전국프로그램 경진대회에 수상한 프로그램이 많이 선보였다”고 말했다. 남한의 포항공대 대학원의 박찬모 원장은 “북한이 다수 IT기관들이 참여한 이런 소프트웨어 전시회를 해외에서 개최한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북한의 기초 기술과 남한의 상품화 기술·자본이 합쳐질 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회에는 정보통신부·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들을 비롯해 SK텔레콤·서두로직·웹매니아·드림미르 등 IT기업 관계자 30여명이 참관했다.
<베이징(중국)=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의 중국대반점 국제회의실에서 ‘제1차 조선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를 개최했다.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20일 첫날 소프트웨어기술설명회, 21일 둘째날 전시회 등으로 구성돼 국제 사회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