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관한 얘기가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다. ‘사상 최대 실적’ ‘사상 최초 전사업부문 이익 달성’ ‘세계 초우량기업 등극’ 등 삼성을 찬양하는 미사여구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인들은 삼성을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기업인 LG나 SK 관계자들까지도 “삼성같은 기업 몇 개 더 있으면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삼성의 경이로운 실적 달성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심정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같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삼성 사업부별로 각종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극심한 경기침체의 늪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LCD·휴대폰로 이어지는 삼성 ‘주력부대’들이 선전을 거듭, 관련 부품·소재류의 주문량이 급증,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채산성은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수 차례에 걸쳐 부품·소재 공급가가 대폭 하향조정된 탓일 것이다. 부품·소재업체들은 공급가격을 보통 휘발유에 비유한다. 정유회사들이 유가가 오를 때는 가격을 금방 올리지만 이후 원유가가 떨어져도 휘발유값은 잘 내리지 않는 것처럼 세트업체들이 하향조정한 공급가는 아무리 환경이 좋아져도 다시 올리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실적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영업이익률’이다.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매출 대비 10%를 넘어설 경우 매우 우량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삼성은 천문학적인 10조원에 가까운 분기 매출과 무려 21%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물론 반도체·LCD·휴대폰 등 삼성의 주력 사업은 대형 장치업종으로 ‘규모의 경제’ 원칙에 따라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이 급증하는 산업구조를 띠고 있다. 삼성은 특히 주력 제품들이 대부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가격결정권’을 확보한 것이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삼성이 이같은 사상 초유의 매출과 이익을 올린 데는 이 회사에 각종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수많은 중소 하청업체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그들과 나눌 것은 나누어야 한다. 하나의 기업이 진정한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가는 조건을 비단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