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가격과 기능을 차별화한 에어컨 신모델을 만들어 몇몇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에 공급하면서도 대리점의 반발을 염려해 공급 사실을 숨기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인 삼성몰에 ‘삼성몰 전용모델 에어컨’을 공급한 데 이어 같은 제품을 이달 들어 CJ39쇼핑과 LG홈쇼핑·우리홈쇼핑 등 TV홈쇼핑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온라인 유통망 전용모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이 에어컨은 올초 자사 대리점 및 오프라인 양판점·백화점 등에서 예약판매에 들어간 2002년형 신모델 에어컨과는 가격과 기능에서 차이를 보이는 제품. 기능 면에서 볼 때 기존 제품 전면의 LED창을 버튼식으로 바꿨고 개폐구도 슬라이딩 도어 방식이 아닌 오토루버 방식으로 변경, 가격도 10만원 이상 낮춰 공급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리점들은 “양판점·할인점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등 계속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까지 가격을 대폭 낮춘 별도의 전용상품을 공급하면 우리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고 에어컨을 판매하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TV홈쇼핑업체나 삼성몰에 선입금이나 일정량의 물량떼기식으로 에어컨을 공급하면서도 “온라인 전용상품이라는 점을 외부에 알리거나 판매할 때 강조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답지 못한 공급방식”이라는 빈축까지 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에어컨 예약판매 경쟁이 올들어 김치냉장고를 끼워 파는 과열경쟁으로 이어진 후 결국 과도한 물량의 밀어내기식 출혈경쟁 속에서 등장한 고육책”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과거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어 독자모델을 요구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당당히 요구할 정도로 구매력이 커졌고,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온라인 유통망 판촉 및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