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통신부품 제조업체들이 경기침체와 과당경쟁, 가격하락 등 삼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국·대만 등 동남아 경쟁업체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가격마저 요동치고 있어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는 광통신부품산업이 침체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비관섞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잿빛 경기전망=전문가들은 “광산업 경기회복 양상이 V자가 아닌 U자형이고 그 시기도 당초 기대했던 올 하반기보다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보기술(IT)산업 경기회복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나 실제 광산업의 현실지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Photonics West 2002’ ‘OFC 2002’ 등 해외 광통신전시회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광산업흥회(KAPID) 김용환 미국 주재관은 “최근 열린 광관련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 가운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수탁가공생산(파운드리) 업체를 찾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설비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자금은 충분히 확보해 장기간 지속될지도 모를 경기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경쟁은 ‘치열’, 가격은 ‘하락’=광(光)이 미래의 기술로 부상하면서 광통신부품시장에 뛰어드는 제조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시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불꽃경쟁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중순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OFC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선 1200여개(지난해 975개)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그동안의 전시회와는 다르게 중국·대만·말레이시아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이들의 광산업 발전속도를 짐작하게 했으며 일부는 단순 OEM이 아닌 독립업체로 빠른 행보를 보여 관심을 모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의 덤핑으로 제품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업체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광통신 핵심부품인 페룰(ferrule)의 가격은 지난해 4월 개당 최고 1.8달러를 기록했으나 올들어서는 절반인 0.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점퍼코드와 광감쇄기도 지난해보다 700∼1300원 가량 떨어졌다. 커넥터·광증폭기·파장분할다중화(WDM)전송장비 가격도 호황기인 2년 전에 비해 10∼20% 가량 떨어지는 등 국내업체들의 주력부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대책은 없나=국내 광통신부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흐름과 기술현황을 면밀히 파악, 체계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도록 업체간 상호협력 및 공동 마케팅도 적극 강구하고 경쟁국보다 질좋은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K-JIST) 정보통신공학과 한원택 교수는 “국내업체들이 고부가 제품 개발과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국가차원에서 집중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해야만 갈수록 치열해질 광통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