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하락이 심각하다.
22일 코스닥시장은 3.43포인트(3.99%) 하락한 82.45로 장을 마치는 등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하락종목수는 하한가 63개를 포함, 672개로 올들어 가장 많았으며 오른 종목 83개의 8배를 넘었다. 코스닥 종합지수는 이날 6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지며 추세상으로도 추가 약세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거래소시장은 3.05포인트(0.33%) 내린 920.89로 마감됐지만 여전히 상승 추세대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견고한 주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102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310억원 어치의 대량 물량을 팔아치우며 양대 시장에 대한 엇갈린 분위기를 대변했다.
코스닥시장의 약세 원인으로는 최근 주가 조작이나 비리와 관련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풀이다. 특히 과거에 단발성으로 끝났던 벤처 관련 비리조사가 최근에는 사채업자는 물론, 인수개발(A&D)·인터넷 공모 등으로 확대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지난해 신규 등록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정밀 검사를 포함해서 주가조작, 회계 등 기업 비리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가 조작·비리 기업에 대한 심사가 확대되면서 코스닥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특히 예상치 못한 중견 기업들 가운데서도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1분기 실적도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이 사상 최고에 달하는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코스닥에서는 휴맥스·엔씨소프트·LG홈쇼핑 등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실적 개선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 대거 포진돼 있는 인터넷·통신장비·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실적은 아직도 뚜렷한 개선 기미가 없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급상으로도 거래소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버팀목이 되며 상승한 반면, 코스닥시장은 개인들의 힘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조그만 악재에도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전망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거래소-강세, 코스닥-약세’ 흐름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검증받은 기업들이 많은 거래소 종목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코스닥 종목들에 비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수 신한증권 책임연구원은 “거래소시장은 실적 우량 종목에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코스닥시장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실적호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코스닥은 수급 균형이 깨지며 상승 추세대에서 이탈, 당분간 거래소와 코스닥간의 격차는 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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