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서비스 외국인엔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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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메일 하나 등록하려 해도 ID 발급이 불가능한 게 한국입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송태민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최근 출입 당국으로부터 새로 부여받은 ‘외국인 등록번호’로 국내 한 무선인터넷 사이트에 회원등록을 하려다 낭패를 봤다. 송 이사의 외국인 등록번호를 사이트 운영업체에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한 외국인 수가 급증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자상거래 등 국내 각종 정보통신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이용에 제약이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계기로 다국적기업 지역본부의 대거 유치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코리아’를 주창해온 정부의 구호가 이로 인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황과 정부 대응=현행 출입국관리법시행령에 따라 우리나라에 91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외국인 등록을 하고 별도의 관리번호, 즉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번호는 한국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13자리로 외관상 동일하나 진위 검정 알고리듬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주한 외국인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자 인증 기준으로 삼는 인터넷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e메일서비스 등 대다수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2월부터 오는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등록증(재외동포 거소신고증 포함)에 대한 일제 재발급작업에 들어갔다. 인식 알고리듬을 채용한 신규 등록번호를 통해 주한 외국인의 전자상거래 활동 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법무부는 등록번호 갱신과 함께 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외국인등록번호 인식프로그램’을 개발, 현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을 통해 이를 일선 업체에 무상배포하고 있다.

 ◇문제점과 대안=22일 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식프로그램을 내려받은 업체 수는 31곳에 불과하다. 그것도 소규모 인터넷업체나 대학·연구소·협회 등이 다수며 대형 정보통신업체로는 SK텔레콤이 유일한 정도다.

 대다수 일선 업체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법무부의 외국인등록증 일제 갱신 마감이 한달여 남은 현재까지 자사 회원인증시스템에 이를 차용하고 있는 업체나 은행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은 그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신용상태 등 각종 정보가 매우 불확실한 대상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보급 등으로 기술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는 관계당국의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우선 내국인과 같이 외국인등록번호를 통해 각종 신용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신용평가기관 DB간 연계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