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양해각서(MOU) 교환 결과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하이닉스 임직원 및 노조측은 협상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추후 협상은 또 다른 산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부터 경영 설명회를 통해 MOU 교환 결과를 접한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매각이 필요하다는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이번 협상은 끼워맞추기식인 것 같다”면서 “독자생존이 좋겠지만 매각하려면 제값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협상결과에 대한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또 한 직원은 ‘예상 밖’이라면서 조기타결은 좋지만 헐값매각은 추후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며 우려의 반응을 나타냈다.
하이닉스반도체 정상영 노조위원장은 “이번 협상은 압력에 의한 헐값매각이 틀림없다”면서 “노조는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독자생존을 위한 저지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은행들도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채권은행의 한 실무 관계자는 “사실 협상에서 실무진들이 뭐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MOU를 교환한다는 기본 입장이 서 있었기 때문에 실무진 입장에서 더 이상의 조건을 내걸 명분이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도 “세부내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채권회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매각조건에 대해 채권단들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협상타결 이후의 진통을 걱정했다.
하이닉스살리기국민운동연합회 오필근 회장은 “이번 협상은 정상적인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며 정부의 강압에 의한 무모한 협상”이라며 “법적 대응 및 규탄대회로 강력한 저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우선 상법상의 유지청구권 및 임시주총 소집으로 매각협상에 제동을 걸고 이번주 토요일부터 전국적 규모의 헐값매각 규탄 궐기대회를 여는 등 합법적인 저지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채권단 내부 관계자는 물론 하이닉스 종사자와 주주들이 헐값매각을 성토하고 나섬에 따라 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추후 협상은 난항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사진;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22일 오후 5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국내외 언론기자들을 대상으로 하이닉스 매각에 관한 조건부 MOU 교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