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전격적인 MOU 체결로 전반적인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헐값매각 시비에 또다시 휘말릴 공산이 커졌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인수대금으로 지불할 주식수를 1억860만주로 못박았다. 또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잔존 비메모리부문에 대한 경쟁력강화를 위해 2억달러를 투자, 지분 15%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측 협상대표인 한빛은행은 조건부 MOU를 통해 이를 수용했다. MOU 체결 이후 남은 쟁점을 협의할 계획이지만 이 두가지 문제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전술에 휘말린 격이 됐다.
채권단은 매각대금으로 38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고 만족할지 모르나 정작 마이크론이 지불하는 금액은 34억달러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34억달러엔 잔존법인에 투자하는 2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막바지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주말의 마이크론 주가는 주당 29.50달러. 이를 1억860만주로 환산하면 32억370만달러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 5개월 동안 마이크론과 팽팽한(?) 협상을 펼쳐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대금으로 32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는 그동안 채권단이 주장하던 희망 대각대금 40억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마이크론은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이크론은 때를 기다렸다는듯 22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 32억달러에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언론을 대하던 마이크론이 매입대금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뿐 아니다. 채권단은 이번 협상을 통해 의지를 관철시킨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존법인에 지원하는 15억달러에 대해서도 리보+2% 금리를 주장하던 마이크론의 손을 들어줬고 자금지원에 대한 마이크론의 보증문제도 마이크론 요구대로 ‘무보증’으로 결론을 봤다.
따라서 양보를 미덕으로 챙길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권단은 헐값 매각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