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헐값매각` 시비 우려

34억달러에 MOU 체결

하이닉스반도체가 당초 예정가보다 크게 낮은 34억달러 수준에 매각될 전망이다. 특히 34억달러에는 잔존법인에 대한 투자금액 2억달러가 포함돼 있어 대우자동차에 이어 또다시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박종섭 http://www.hynix.com)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에 반도체 메모리부문을 매각하는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non-binding 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번에 체결한 MOU는 오는 30일까지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와 하이닉스 및 마이크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부 MOU’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자동 소멸된다.

 MOU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메모리사업부문 매각대금으로 마이크론 주식 약 1억860만주(약 32억달러)를 받게 되며,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잔존 비메모리부문에 2억달러를 투자해 15%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또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메모리부문 운영을 위해 신규자금 15억달러를 장기 대출해 주는데 합의했다.

 양측의 이번 MOU 체결 이후 매각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되기 위해서는 향후 ‘본계약’ 체결은 물론 미국 및 유럽의 반독점 기구 및 하이닉스 주주총회를 포함한 관련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MOU에서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팹6’ ‘팹7’(이상 이천), ‘팹7’ ‘B1’(이상 청주), 미국 유진공장, ‘S램과 플래시메모리 혼용팹’ 등 총 6개의 팹을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대가로 받을 1억860만주의 마이크론주식을 현시세(29.5달러)로 환산할 경우 총 32억달러대에 불과, ‘헐값매각’ 시비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145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것을 계기로 독자생존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일부 채권기관을 비롯한 소액주주, 하이닉스 노동조합 등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 노조와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소액주주 모임)측은 23일 헐값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덕훈 한빛은행장 등 이번 방미 협상팀은 24일 오후 채권, 금융기관들에 MOU 내용을 설명하고 27일이나 28일께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어 MOU 동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