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뒷얘기와 향후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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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덕훈 한빛은행장과 박종섭 하이닉스사장은 19일 미국 팰러앨토의 마이크론 현지사무소에서 스티븐 애플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22일 오후 3시, 한국 증시가 마감된 시각에 동시에 발표하기로 입을 맞췄다.

 이날 적용된 MOU 조건은 당초 예상과 달리 채권단이 이달 1일 보낸 재수정안이 아니라 지난달 중순 마이크론이 보내온 수정안이 기초가 됐고, 실제로 사정이 급한 우리측 입장을 읽은 마이크론이 MOU 사인 당시에 우발채무도 부담하지 않는 등의 악조건을 몇개 더 내걸었지만 협상단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이번 MOU 체결로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 채권단은 약속시한인 4월 30일 오후 6시까지 전체 채권단회의와 이사회 등을 거쳐 정해진 ‘합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또 27일로 예정된 채권단회의에서는 전체 채권금액의 75%가 동의해야만 가결된다. 이후에는 양사의 이사회가 동의를 해야하며 채권단과 이사회 동의가 없을 경우 이번 MOU는 양사의 발표없이도 자동 소멸된다.

 조건부 MOU가 통과되면 다음달 31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해야하며, 이후 미국 및 유럽의 반독점 기구 승인, 하이닉스 주주총회 승인 등이 있으면 이번 협상은 최종 타결될 예정이다.

 문제는 매각금액을 6억달러 가량이나 낮춰준데다 대출금리 등 각종 조건도 상당수 양보한 것이어서 무려 100여개의 채권단의 합의를 어떻게 이뤄내느냐는 점이다.

 특히 이번 MOU 조건에는 잔존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과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채권단 및 이사회가 함께 승인해야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채권단도 우발채무나 잔존법인의 생존에 대해 부채탕감 등 구조조정에 합류한다는 뜻이다.

 당초 마이크론은 잔존법인의 부채가 6000억원(5억달러 미만) 수준이면 좋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과정에서 하이닉스 노조나 소액주주의 반발에 앞서 채권단 내부의 동의와 이사회 동의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