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드컵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판매가격 표시제’가 시작 전부터 난항을 빚고 있다.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 등 대규모 전자단지는 가격 정찰제의 실효성에 의문를 제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이들 전자단지간 마찰이 불가피하고 이를 따르더라도 편법으로 시행돼 가격표시제의 근본취지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는 최근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은 유명 재래시장 등을 판매가격 표시 의무 대상업소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격표시제 실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다음달 1일부터 가격표시 의무제가 시행되면 상품에 판매가격을 표시해야 하며 상품별로 표시가 어려울 때는 종합적으로 판매가격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은 전자상가가 갖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이미 온라인에서 가격이 모두 공개되는 상황에서 가격표시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행이 되더라도 ‘편법’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테크노마트는 지난주 서울시 광진구청과 간담회를 갖고 가격표시제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테크로마트 운영주체인 프라임산업개발 측은 “테크노마트내 대부분의 상가는 조립PC업체, 수입과 국내 가전업체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 업체는 부품과 수입 시세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변동돼 가격표시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할인점이나 백화점과 비교해 전자단지의 가장 큰 강점이 가격인데 가격을 획일적으로 공개할 경우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테크노마트는 현재 1700여개의 매장이 있으며 하루 외국인 방문객 수는 1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전자상가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부품가격이 변하고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완제품의 가격 변화도 심한 상황에서 가격을 공시한다는 것 자체가 전자단지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가 조합은 “판매자도 부품가격의 변화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가격 변동이 심하며 이미 온라인에서 가격파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가격표시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용산지역 경제도 심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용산전자상가는 이에 따라 지난주 서울시 및 용산구청 측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입장을 통보했으며 이어 이번주나 다음주께 2차 간담회를 갖고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가격표시제의 원칙론을 고집할 경우 해당구청과의 실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이밖에 국제전자상가 등 서울시내 다른 전자단지도 ‘가격표시제’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더라도 편법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