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빅3` 진입위한 남은 과제는?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고 21%에 달하는 높은 이익률로 동종 업체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한 삼성전자가 곧이어 오는 2010년까지 세계 3대 전자업체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3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취약한 컴퓨터 산업=삼성의 3대 사업군 중 가장 취약한 곳이 디지털미디어사업부문이다. 이익률이 7.6%로 가장 낮아 12%에 달하는 생활가전보다 떨어지는 실정이다. 디지털TV 등 소위 디지털AV제품은 톱브랜드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다. 절대강자였던 일본업체들이 소니를 제외하고는 쇄락하고 있고 삼성이 브랜드력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소니와도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을 자랑하는 컴퓨터에서 만큼은 여전히 마이너로 머물러 있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다. 이 시장은 연간 1500억달러로 메모리와 TFT LCD, 이동전화단말기시장보다 훨씬 크지만 브랜드로 승부하기엔 델과 HP, IBM 등 메이저의 아성이 두텁기만 하다. 또한 OEM쪽으로는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CPU·메모리·모니터·주기판 등 컴퓨터산업에 필요한 4대 주변기기와 부품 중 메모리와 모니터 양대 제품의 최대 공급자란 점도 삼성의 또다른 고민이다. 컴퓨터 완제품 사업을 강화하게 되면 삼성의 메모리와 모니터를 사용하는 메이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프트 산업의 불모지=뜻대로 안되는 분야가 소프트산업이다. 삼성은 한때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목표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게임, AV콘텐츠산업에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게임과 AV콘텐츠로 세계적인 위상을 지닌 소니와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AV와 콘텐츠사업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의 주요 경쟁자이자 사업동반자다. 소프트산업은 디지털컨버전스와 홈네트워크 등 기존 하드웨어산업의 디지털화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양대 메이저를 상대로 삼성이 협력과 경쟁이라는 상반된 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어떻게 소프트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차세대 수종사업 불투명=또다른 약점은 수종사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메모리, TFT LCD, 이동전화단말기로 이어지는 수종사업을 통해 오늘과 같은 성공을 거뒀다. 이들 사업은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벤치마킹 대상이 없다. 삼성이 스스로 찾아내고 개척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포스트PC·SoC·에이직 반도체 등을 신규 수종사업으로 꼽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내부적으로도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규 수종사업은 홈네트워크·디지털컨버전스 등을 통한 기존 디지털미디어사업의 수익성 강화와도 맞물려 있어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디지털컨버전스에 맞는 조직력 갖추기=디지털컨버전스에 걸맞은 조직력 확보는 의외의 복병이다. 삼성은 2년 전 글로벌생산관리(GPM)제를 글로벌비즈니스관리(GBM)제로 전환했다. GPM은 마케팅과 영업을 본사에서 통합관리하고 생산만 사업본부별로 독립시킨 조직이다. 반면 GBM은 생산과 마케팅, 영업 등 해당 사업을 사업본부별로 수직통합시킨 조직이다. 그만큼 사업본부별 독립성과 힘이 강하다. 삼성의 경이로운 경영실적은 GBM제도의 효과 덕도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사업부별로 경쟁이 벌어지면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저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컨버전스 추세가 확산되면서 신규사업을 놓고 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생활가전 등 4대 사업본부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본사에서는 지금까지 승자승 원칙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 원칙으로도 관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부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