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로 금융자동화기기업체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국민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2차 물량공급 업체로 (주)효성이 선정됐다. 그러나 이번 물량을 따낸 효성이 시장가격에 비해 30% 정도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TM시장이 업계간 출혈경쟁 시비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전 지점의 노기계대체와 지점확대용으로 구매하는 ATM 3300대 중 2차분 350대를 효성이 수주했다. 곧이어 국민은행은 3차분 물량 2800여대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 2차분 구매에서 효성이 2100만원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효성의 저가공세로 인해 국내 ATM시장에서 업체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로 인해 국내 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TM이 대당 3000만원이라고 하면 재료비 기준으로 전체가격의 70% 정도를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엔진이 차지하고 있다”며 “엔진가격은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제품원가를 아무리 낮추더라도 2100만원 선까지는 무리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앞으로 있을 대규모 물량입찰을 앞두고 효성이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P태스크포스가 2차분 수주결과를 나머지 2800여대 입찰에 상당수 반영할 것이라고 언지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차분 수주에 따라 효성은 3차분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대규모 물량을 잡기 위해 가격 출혈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효성측은 “ATM의 시장가격이 지금은 대당 2700만원 선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어 3000만원이라고 하는 가격이 오히려 높은 금액”이라고 일축했다. 또 “2100만원 선의 가격은 현재 효성의 입장으로서도 어렵지만 국민은행측에서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