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e북이다>디지털시대 출판 대안으로 급부상

2000년 3월 미국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사이트에 한편의 전자책(e북)이 올라왔다. 소설가 스티븐 킹이 쓴 ‘총알 차 올라타기’라는 소설였다. 이 소설은 불과 몇시간 만에 200만명에 달하는 주문을 받으며 미국 출판계를 흥분시켰다. 전자책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며 출판의 혁명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같은해 국내에서는 에버북이 이문열의 ‘하늘길’을 선보이고 예스24가 구효서의 장편소설을 인터넷을 통해 출간하는 등 본격적인 전자책 서비스가 시작됐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의 독서문화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형 단말기 하나만 있으면 보고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은 종이에 담긴 내용을 디지털화해 PDA나 이동전화 등의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1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지난 91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91년 초대 문화부장관이었던 이어령 교수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세계 전자출판의 현황’을 조사하라는 용역을 주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전자책산업은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특히 모바일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들이 출시되면서 국내 전자책 산업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에는 2만여종의 전자책이 출간돼 인터넷을 통해 종이책의 40% 수준의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지난해 15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400억원 정도로 늘고 오는 2005년이면 1조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대비 100배 이상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내용과 구성 및 활자체조차도 기존 책과 동일하면서도 제작비와 유통비를 크게 절감해 가격을 30∼7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전자책의 특성에 기인한 결과다. 전자책은 이밖에도 8인치 크기의 작고 가벼운 단말기에 무려 300여권 분량의 책을 담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휴대가 간편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동시에 찾아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전자책은 기존 종이책과 함께 날로 어두워져만 가는 출판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독서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출판업계는 지난 97년 말까지만 해도 5170개에 달했던 국내 오프라인 서점을 바탕으로 호황을 누린 바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8년에 273개가 문을 닫았으며 99년는 302개, 2000년에는 1136개, 2001년 상반기에는 360개가 묻을 닫는 등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체의 40%인 2071개 서점이 사라질 정도로 상황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이같은 현실을 희망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 바로 전자책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전자책 전문서점인 와이즈북토피아는 지난해 연초 대비 600%를 상회하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는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바로북닷컴·드림북·노벨21·동사모 등이 전자책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어 예스24와 인터파크 등도 ‘e북 코너’를 잇따라 신설하며 전자책 사업에 적극 가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자책 서비스의 성공 예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문학도서관 사이트(http://www.kll.co.kr)에는 현재 유안진·김춘수·정진채 등 유명작가를 중심으로 총 2000여명의 문인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전자책으로 판매하며 하루 평균 3000∼4000명의 방문객을 확보,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도 에이원프로테크·한국전자북·삼성전자·삼성SDI·대양이앤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아히북’이나 ‘앰씨이북’ 등을 출시했으며 와이즈북토피아는 ‘팜용 e북 리더’를 개발해 자사에서 판매하는 전자책을 PDA를 통해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어도브·소프트웨이브 등의 솔루션 업체들을 비롯해 아리수미디어·동방미디어·컨텐츠코리아·현민시스템 등 다수의 업체들이 전자책 관련 분야에 진출해 전자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출판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디지털시대를 맞아 새로운 출판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책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부터 26일까지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리는 ‘2002 한국전자책산업전’도 이들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에서 주관해 실시하는 행사다.

 ‘세계 책의 날’을 즈음해 국내 전자책 관련 행사로는 처음 열리는 이번 ‘2002 한국전자책산업전’은 전자책 서비스 및 단말기·솔루션 등 제작업체를 중심으로 총 15개사가 참가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 행사기간 중에는 이어령 전문화관광부 장관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전자책의 미래와 실무강좌 등을 테마로한 심포지엄도 마련돼 국내 전자책 산업 현황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전자책을 이용한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도서관을 비롯한 각급 도서관에서는 전자책을 소장한 전자도서관을 속속 설치하고 있다. 또 교육부도 내년부터 전자책을 교과서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각계 각층에서 전자책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