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삼성전자는 초소형 캠코더 출시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내용 가운데 주목을 끌었던 것은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엊그제 전자 사장단회의를 통해 소니를 앞서는 세계적 제품을 육성하자는 의욕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잠시 후 소니코리아도 보도자료를 냈다. 당초 24일 내보낼 예정이던 캠코더 관련 자료를 하루 앞당겨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GFK의 조사내용을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 2월까지 서울·경기 지역 대상 캠코더 시장에서 2위 업체와 판매실적에서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했다. 특히 2001년 9월부터는 월별 캠코더 총판매액 기준 50% 이상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자료가 같은 날 배포되다 보니 여러가지 분석이 나왔다. 캠코더 시장공략 본격화를 선언한 삼성에 이제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시장은 빼앗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소니의 경고 메시지가 충돌했다는 해석도 등장했다. 양사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는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각각 한국과 일본의 간판기업이자 최첨단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주자다. 소니는 이미 TV, 캠코더, DVD 등 디지털 가전과 엔터테인먼크 기기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업체고 삼성은 소니의 아성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최근 도전자인 삼성전자의 실적과 위상이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언론이 양사의 기업규모나 환경, 실적 등을 비교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주제는 물론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이달초 삼성이 시가총액 66조원을 기록하며 소니를 뛰어넘으면서 이같은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삼성은 자칫 자만하거나 느슨해지지 말자며 조심하는 분위기다. 반면 소니로서도 그다지 기분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어찌됐든 2인자의 도전을 허용한 꼴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당연하다. 어쩌면 23일 자료가, 국내외 언론이 삼성을 소니와 비교하고 나아가 시가총액면에서 소니를 앞섰다는 점을 대서특필하면서 상처받은 자존심의 발로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왔다. 삼성과 소니의 각축은 흥미롭고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양사가 소모적 힘자랑보다는 신제품이나 마케팅 기법의 변화 등을 통해 한국경제 나아가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멋진 경쟁 사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정보가전부·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