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기회가 주어지는 직업을 가진 독자다. 잦은 편은 아니지만 몇 차례의 해외출장을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과의 문화나 풍습의 차이를 막연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노동력의 활용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인력구조상 가장 큰 문제점은 우수한 여성인력이 사장되는 것과 50대이상 70대 이하의 이른바 노인연령대가 갖을 수 있는 직업이 극단적으로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해외에서 개최된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전시관을 둘러보는 중에도 이같은 문화적인 차이를 경험했다. 외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보겠지만 전시장에 많은 노령인력들이 투입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전시회 관람티켓의 발권에서 안내와 접수 등 전시장 운영에 관계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전문 사무능력을 갖춘 노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 역시 또한 각자의 소임과 능력에 맞게 배치돼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장년층 특유의 너그러움과 여유가, 늘씬한 팔등신 미남 미녀를 대거 동원하는 우리의 전시회문화보다는 훨씬 차분한 느낌이 들게 했다.
비단 전시장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안내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노인과 여성인력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남자의 경우는 대부분이 건물경비원으로, 여자의 경우 청소원으로 활용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그들의 임금체계나 고용안정성은 어떨지 잘 모르지만 노동력을 제공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할 일 없이 소일로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보다는 보다 합리적이라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년을 넘겼기 때문에 고용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객에게 보다 기쁘고 만족을 줘야하는 서비스직종이라는 개념에서라면 할말은 없지만 반대로 예쁘고 젊은 20대 인력만이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젊지않고 보기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배재되는 노동구조라면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고급인력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인 리소스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의 노동시장 왜곡을 불러오는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김학준 경기도 부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