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해로와 토레이(1)

 ‘해로와 토레미’는 지난 여름 극장에서 개봉된 ‘별주부 해로’의 26부작 3D 애니메이션 TV시리즈로, 현재 SBS TV에서 방송중이다. 이제 다음달이면 드디어 모든 제작을 마무리하게 되는 26부작 제작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해로와 토레미’라는 제목의 ‘해로’는 영문 ‘hero’에서 나온 의미로 영문의 뜻 그대로 ‘영웅’ 즉, 정의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꼬마영웅을 의미하고, ‘토레미’는 토끼의 첫음절 ‘토’로 시작되는 가장 부르기 쉬운 이름을 생각해 만든 주인공 캐릭터들의 이름이다.

 우리나라 고전 별주부전에 나오는 별주부 즉, 거북이를 캐릭터화한 것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신체 등분의 특징이 그러하듯이 ‘해로’ 역시 3, 4등분 정도의 몸에 비해 머리 비중이 크고, 팔과 다리는 비교적 짧은 캐릭터다. 거북이는 일반적으로 우리들에게, 친근하고 우호적인(일반적으로 장수를 의미하므로) 느낌을 주지만 느리다, 또는 조금 우둔하다(?)는 첫인상이 많다고 생각되었고, 그 이미지를 어린이와 온가족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귀여운 이미지로서의 부각이 첫번째 해야할 과제였다.

 거북이 특유의 온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착하고 순수한, 귀여운 이미지를 갖게 하기 위하여 큰 눈에 어린꼬마 거북을 만들게 되었다. 영웅이라기보다는 용기있는 정의로운 어린꼬마 거북이다. 꼬마거북 ‘해로’의 친구로는 토끼 ‘토레미’. 아무래도 거북이의 이미지에 영리하고 빠른 리듬감을 더해주기 위해, 조금은 고집스럽고 깍쟁이인 면도 있지만, 상황판단이 빠르고 영리한 토끼 ‘토레미’의 역할을 부여했다.

 ‘해로’는 용궁에서 특파(?)된 거북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호신용으로 사용할 ‘천년산호검’을 어깨 뒤에 간단하게 매도록 했다. 일반적인 일본애니메이션에서 많이 사용하는 변신이나 특수효과(FX)보다는, 재치와 용기로 정의롭게 물리치는 것으로 했다. 뒤편으로 갈수록 ‘천년산호검’은 그 진가를 발휘해 악당을 물리치는데 큰 효험을 발휘하는 보검으로 부각된다.

 여기까지는 먼저 개봉된 극장용 스태프들의 고민이라면 , TV시리즈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서 해결해야 할 것은, 얼마나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흥미있게 26부작을 끌고 갈 것인가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다.

 먼저 용왕님께 토끼의 간을 구해드리는 것을 방해하는 주악당 역할을 하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해로’와 ‘토레미’와 힘겨루기를 할만한 캐릭터라면 어리버리하면서도 악당역할을 해내는 그런 종류의 캐릭터여야만 했다.

 여러가지 동물들 중, 깍쟁이 암코양이 ‘후이’와 뭔지 부족해보이고 덤벙대는 도마뱀 ‘쵸로타’, 힘은 세지만 우둔한 멧돼지 ‘타이슨’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암코양이 ‘후이’는 ‘쵸로타’와 ‘타이슨’의 누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거느리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악당치고는 부족하고 서툰 우스꽝스러운 조화를 연출하기로 했다. ‘후이’의 걸음걸이에 대한 연출을 계획할때는 각 스태프들이 걸음걸이를 직접 걸어보면서, 얌체 고양이를 표현하는데 한쪽손을 허리에 얹고 엉덩이를 살살 흔들어 가면서 걷는 것으로 결정했다. 성격묘사는 미남형 캐릭터가 나오면 미남캐릭터에 반해서 그 캐릭터에 마음을 온통 뺏기는 것으로 했다.

 실제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드디어 여태까지 나왔던 캐릭터에 비해서 팔다리도 길고, 얼굴도 미남형인 상대역이 등장했고, 우리는 여지없이 ‘후이’가 미남캐릭터에 접근하여 유혹(?)하는 콘티를 짜게 되었다. 이 장면을 키애니메이션하는 애니메이터는 어떤 장면보다도 리얼하게 명장면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의 암코양이가 눈빛연기로 미남캐릭터를 유혹하는 장면이 리얼하면 얼마나 리얼하겠느냐 만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상당히 잘된 장면으로 인하여 암코양이 ‘후이’의 눈빛연기로 미남캐릭터를 유혹하고 목을 감싸않는 장면이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되었다.

 우리는 합성과 편집작업에서 그 연기장면을 보고 ‘앗! 이것은 심의에….’ 스태프 모두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혹시하는 불안한 마음에서였다. 전체적으로 착하고 순한캐릭터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빠르고 야무진 인상의 캐릭터의 역할을 넣을 작정으로 ‘후이’를 선택하고, ‘후이’ 캐릭터의 복장을 빨간색 짧은 민소매원피스에 빨간색 팔목장갑 그리고 검은색 롱부츠를 갖추어 입은 긴속눈썹의 암코양이로 두면서, 악당의 두목역할도 하고 전체적인 애니메이션 분위기도 조금은 활발하게(그야- 어찌 이런요소가 활발한 분위기를 책임져 준다고 하겠냐만은…) 설정하겠다는 의미에서 많이 강조된 상태였다.

 우리는 많이 망설였지만, 실상영화처럼 모자이크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는 사실적으로 잘 표현된 아까운 애니메이션 장면 몇개를 국내방송용으로는 편집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보게 되었다. 어쨌든 어린이대상물을 제작하는 데에 대한 표현의 유한성들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박정원<한신코퍼레이션 내추럴 이미지 실장 jullianapar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