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가 날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신유통 채널을 겨냥, ‘PNB(Private National Brand)’ 상품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리점이나 일반 유통망과의 충돌을 고려해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 채널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삼성전자, 대우전자, 중소 가전업체 등이 PNB 상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유통 채널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왜 PNB 상품인가=PNB 방식은 제조업체 브랜드(NB)와 자체 브랜드(PB)의 중간 형태로 제조업체가 유통 채널의 특성과 소비자의 구매 성향에 맞게 생산하고 이를 특정 유통업체에만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품 기획에서 판매·배송·애프터서비스를 모두 유통업체가 책임지는 PB상품과 달리 PNB는 제품 생산·제조·애프터서비스를 제조업체가 맡고 판매와 마케팅만 유통업체가 책임지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제품의 사양을 달리하기 때문에 일반 유통 채널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유통단계 축소로 마진을 보장받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어떤 상품이 있나=대우전자는 지난해말 옥션과 TV, VCR, 세탁기 등 7종의 가전제품을 온라인 소비자의 구매 성향과 특성에 맞게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상대적으로 유통망이 취약한 대우전자는 현재 주요 인터넷 쇼핑몰과 공동으로 PNB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우컴퓨텍도 롯데닷컴과 제휴해 온라인 전용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데스크톱 컴퓨터보다 9만원 정도 저렴하다. 현우맥플러스도 삼성몰과 공동으로 완전 평면 TV 전용 모델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몰과 제휴해 에어컨 전용 상품을 오프라인 가격보다 10만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그 동안 PNB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LG전자도 PNB 상품을 적극 개발키로 하고 인터넷 쇼핑몰 업체와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은=PNB 상품은 제조와 유통업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PB 상품 역시 유통업체에는 매력적이지만 애프터서비스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반면 PNB는 기존 제조업체의 브랜드를 십분 활용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도 양질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제조업체도 그동안 구축한 브랜드파워를 유지하면서 신유통 채널을 적극 수용할 수 있어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몰 전용 에어컨 개발을 놓고 삼성전자와 대리점간 갈등 등 기존 유통 채널과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는 분석이다.
LG이숍 김기호 상무는 “PNB상품은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 채널의 특성과 제조업체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며 “하지만 기존 유통망과의 갈등, 신유통 채널에 맞는 상품 개발 등은 넘어야 할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