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PC 입지 `비상`

 다국적 거대기업이 발붙이지 못한 채 로컬업체들이 장악,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케이스에 속한다는 국내 PC시장이 다국적 기업의 거센 도전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 노트북PC 7년 연속 1위 업체 도시바, 세계 최대 가전메이커 소니 등 PC강자들이 올해 속속 숨겨진 발톱을 내밀고 있다. 또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의 경쟁은 물론 선·후발 해외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올해 국내 PC시장 판도는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진검승부 벼르는 다국적 기업=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은 최근 국내에서 홈쇼핑을 통한 노트북PC 판매에 착수했다. 전세계적으로 델이 직판방식을 탈피한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한국시장에 대해 그다지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파격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도시바도 올초 국내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노트북PC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시바코리아는 다음달부터 소유진을 모델로 한 대대적인 TV광고를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PC인 포티지의 판매도 다음달로 예정돼 있다. 이 회사는 올해(2002년 4월∼2003년 3월) 2만5000대의 노트북PC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일본업체임에도 국내 소비자로부터 높은 브랜드 선호도를 확보하고 있는 소니 역시 노트북PC에 대한 대규모 광고 판촉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PC업체 한 관계자는 “소니의 경우 그다지 딜러 마진이 높지 않음에도 소비자가 찾기 때문에 취급하는 대리점이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마니아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컴팩은 이미 국내 메이저 PC업체로 자리잡았으며 한국후지쯔 역시 지난 분기 노트북PC 판매 1만대를 돌파, 삼보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신규 유통채널 부상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춰졌다”며 “소비자가 국산 제품을 고집하지 않고 있는 것도 다국적 기업의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희비=국내 시장이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이서는 지난해 12월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샤프는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한 채 사업지속 여부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국적 기업들이 노트북PC를 앞세워 진출하면서 현주·세이퍼 등 국내 중견업체들의 노트북PC사업이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 시장 진입을 겨냥했던 주연테크컴퓨터는 아예 연말로 늦췄으며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삼보컴퓨터는 노트북PC사업과 관련, 자사 제품보다는 대만 아웃소싱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직까지 국내 PC업체들이 주도하는 데스크톱PC의 경우도 안정권이 아니다. 컴팩과 HP의 지난 1분기 데스크톱PC 판매대수를 합칠 경우 4만5000대로 주연테크를 앞질러 5위권 내 진입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