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주제발표

◆IT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성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영연구소장 

 많은 학자들이 요즈음의 사회현상에 대하여 혁명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정보통신이 갖고온 혁명은 크게 인간이 시간을 지배하는 시간혁명, 거리개념이 없어지는 거리혁명, 유형의 자산보다는 무형의 자산이 중요해지는 형태혁명, 그리고 전자공간으로 이동하는 공간혁명 등 4대 혁명으로 정리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인구의 52%인 24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가구 기준으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56%에 달한다. 이말은 인터넷이 하나의 거대한 대한민국 전자공동체를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IT혁명은 이처럼 정보통신산업이 모든 산업을 주도하는 강력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혁명이 공장과 도시로 사람과 기업을 불러모았듯이 디지털 정보혁명은 전자공간으로 전세계 인구를 불러모으고 있다.

 우리는 80, 90년대에 커뮤니케이션 전자화를 달성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05년을 전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단계, 즉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며 2010년경에는 생활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환경을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한다.

 현재 이후부터 정보통신 기술은 단일 미디어 기술에서 컨버전스 기술 그리고 6T가 융합, 통합되어 가고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면서 협대역에서 광대역으로 이동하며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어가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어떤 기기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기술개발 시기다.

 예를 들면 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2007년에 반도체 선폭이 65㎚가 되어야 하고 2010년에는 45㎚(나노는 10의 마이너스 9승, 1억)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70㎚가 한계라고 한다. 결국 2007년경에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개발, 다른 분야와 결합한 융합기술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2010년 이후가 되면 지능형 IT 기술 단계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아직까지 개념정립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IT 기술이 고도화되고 네트워크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가 되면 모든 제품에 컴퓨팅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부가된다. 각 기기가 고유한 주소와 이름을 가지고 유선이나 무선으로 광대역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새 세상이 열린다.

 정보통신분야는 이러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적, 혹은 혁명적인 사업비전을 수단으로 매우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쟁체제가 정보통신산업은 물론 전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경쟁환경 및 기술과 시장이 융합 내지는 결합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차별적 우위확보를 위해 핵심역량 강화 및 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보다 활성화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글로벌 리더 e코리아 건설을 위해 핵심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정통부는 9대 중점 기술개발 과제와 30대 핵심기술 분야를 선정하여 추진중이다. 현재 추진중인 이러한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실현가능한 기술,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기술에 대한 범정부적인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체제에 대비하고 정보통신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생존전략이다.

 경제학자들은 정보통신시대를 1980년부터 2030년까지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이론은 하나의 혁신적 기술의 융성기를 대략 50년으로 보는데 근거한다. 1770년대에 시작된 산업혁명이 50년, 증기기관시대, 그리고 내연기관시대, 대량생산시대가 각각 50년 정도 지속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거칠기는 하지만 이 이론대로라면 정보통신기술의 융성기는 향후 30여년이 남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정보통신 이후에는 생명공학기가 주도할 것이라 보고 있지만 생명공학기 역시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토대로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혁명, 증기기관, 내연기관, 대량생산시대를 거치지 않고서는 정보통신시대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정보통신 분야가 제일 유망한 분야다. 어느 부문보다 세계 1등을 할 수 있고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분야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은 당분간 IT분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IT 일류국가 가능하다- 최양희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그간 반도체, 통신시스템, 단말기 등 기술집약적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 많은 성공사례를 남겼다.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경제부흥이라는 당면 목표에 치중하다 보니 미래 원천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상용화 기술과 병행될 핵심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핵심장비 수입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연구개발체계의 원칙 수립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첫째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원천기술 개발과 시스템 개발을 별도로 추진, 원천기술 개발자에게 연구개발에 따른 즐거움을 나눠 줘야 한다. 물론 성공할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기진작책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분야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현재와 같은 연구개발부문의 심각한 불균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두번째로 정보통신분야를 연구하는 집단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어도 모자랄텐데, 비슷한 것을 연구하는 집단들이 비일비재하고 개발실장 따로, 프로젝트 관리 따로, 연구개발 따로 하다보니 질적저하와 상호견제가 심해졌다. 기관간 연구협력도 대부분 단기적인 용역, 하청식 협력형태가 많다. 이러한 구조로는 상호신뢰는 물론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구집단간 협력관계를 단기 프로젝트 단위보다 지속적 협력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학연 공동연구실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셋째 전문가 사이 교류증진을 위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몇몇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포럼, 학회 등을 확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럼과 학회를 통해 학제간 연구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연구인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교수가 연구소나 기업의 개발실장을 겸하고, 기업의 연구원이 교수를 겸직하는 제도를 정착시키자는 것도 대안이 된다. 최근에는 연구자가 자기가 개발한 성과를 모두 개발 위탁자에게 이전, 후속개발이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기술성과를 연구자와 위탁자가 공유한다면 이러한 단점은 해결될 수 있다.

 IT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먼저 수요확대를 위해 법률, 제도적 장애물이 제거돼야 한다. 예를 들면 e비즈니스 활성화 등을 억누르는 암호, 인증 전자상거래 관련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또 불필요한 간섭을 줄여서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정부는 e코리아 비전 제시, IPv6 도입, 동북아시아 허브 역할, 공공 및 산업 정보화 촉진, 초고속 가입자망 계획, 3, 4세대 이동통신 조기도입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곳곳에 법적, 제도적 장애물은 잔존한다.

 둘째는 고급인력 육성 방안이다. IT기술개발의 성패는 고급인력에 좌우된다. 조사에 의하면 6T 분야에서 향후 5년간 43만명의 학사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족인원은 20만8000명에 이르며 IT분야는 15만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과학기술(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등학생의 27%만이 이과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육시스템에 대한 전면 검토를 통해 과학기술에 특기가 있는 학생이 영재교육, 대학교육,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새로 등장하는 6T간의 복합, 융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육과정을 대폭 신설해야 한다. 고급과학기술자가 되는 것이 의사나 고시에 합격하는 것에 못지 않다는 사회 인식의 확산과 관련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셋째 정보통신기술의 표준화를 위한 국가 차원 대책도 요구된다.

 과도한 기술표준화는 창의성을 저해하거나 이미 시장을 장악한 회사에만 유리하다. 반대로 소극적인 표준화는 규모의 시장 형성을 저해한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표준화 전략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표준의 수입(downstream)에서 표준의 수출(upstream)로 나서야 할 때다.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시키는 노력을 강화하되, 외국에서 쓰이는 국제 표준도 세밀한 평가 후에 국내에서 채택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표준화를 위한 전문가 양성도 뒤따라야 한다.

 

◆최근 IT업계 동향과 선진업체 전략-강영기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기획조사그룹 상무 

 IT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세계 IT산업을 주도해온 컨슈머가전·PC·휴대폰 등 3대 핵심제품은 이제 보급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성숙, 더 신규수요를 창출하는데 한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다 IT산업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도 세계적인 M&A 돌풍으로 시장판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IT시장을 주도해온 마이크로소프트, 델, 컴팩,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은 급격한 성장률 저하와 이익률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인텔, 삼성전자, 도시바, TI, STM 등 주요 반도체들간의 시장점유율 순위 바뀜도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한마디로 20세기형 세계 IT산업 지도가 21세기형 IT산업 지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최근 2∼3년간 세계 IT시장 성장을 견인해온 휴대폰도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이 성숙단계에 진입, 신규수요보다는 대체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여 세계 IT업계는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IT산업의 패러다임에 커다란 변혁을 몰고 온 요인은 우선 아날로그 기술의 퇴조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의 현재화에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단품 위주의 IT기기 생산에 주력해온 주요 IT업체의 경영전략을 연구개발·판매, 마케팅 중심으로 전환토록 요구하고 있으며 하드웨어보다는 SW·핵심 테크놀러지 확보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도록 내몰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확산으로 그동안 소극적 구매자의 위치에 머물던 소비자의 영향력이 확대, 세계 IT시장이 공급자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제품정보를 갖게 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소극적인 구매자가 아니라 제품개발, 디자인, 가격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프로슈머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이제 세계 IT 제조업 조류는 매스 프로덕션(Mass Production)시대에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시대로 전이됐다고 할 수 있다.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세계 IT시장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굴지의 IT업체들은 이제까지의 단품 중심의 판매전략을 복합·융합·네트워크 시스템 중심으로 바꿔 가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PC용 운용체계 중심에서 닷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 SW플랫폼 제공업체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노키아는 휴대폰 및 시스템 공급업체에서 종합무선통신 서비스업체로의 체질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가전 왕국 소니도 기존 TV·게임기·컴퓨터·휴대형 단말기 등 단품 컨슈머 중심에서 이들 4대 핵심기기를 네트워크화해 여기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SW 및 서비스업체로 변신해 나가고 있다. 소니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디지털가전·디스플레이·휴대폰·컴퓨터 등 주요 핵심제품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밸류 체인으로 묶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컨버전스는 단순한 개별 기기간의 조합 차원인 퓨전(Fusion)을 넘어 새로운 개념의 IT제품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세계 IT산업 조류는 낡은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대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격변기에는 ‘혼란과 질서’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조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 튀는 인재’의 발굴과 양성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